BBC, 내부보고서 입수 보도
“아프간 주민들, 탈레반 지지
정부 관리들조차 동참 행렬”
“아프간 주민들, 탈레반 지지
정부 관리들조차 동참 행렬”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파키스탄 정보국(ISI)의 직접 지원을 받고 있으며, 아프간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9·11 테러 이듬해인 2002년 미국 주도로 아프간을 침공한 나토군의 탈레반에 대한 최신 평가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31일 나토군 내부 기밀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비비시>는 “파키스탄 정보국과 탈레반의 유착 관계를 전면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처음”이라며 “국제안보지원군과 아프간 정부에는 뼈아픈 문건”이라고 평했다.
보고서는 탈레반과 알카에다 등 무장세력 포로 4000여명에 대한 2만7000여차례의 심문을 토대로 작성됐다. 이에 따르면 “파키스탄 당국은 탈레반 고위 지도자들의 소재를 알고 있으며 줄기차게 조종하고 있다”고 한다. 파키스탄은 그동안 탈레반과의 연계 의혹을 극구 부인해왔다. 보고서는, 아프간에서 알카에다가 쇠퇴한 반면 탈레반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간 주민들은 부패한 아프간 정부보다 탈레반 통치를 선호하며, 지난해에는 정부 관리들조차 탈레반의 대의에 동참하는 등 (탈레반이) 전례없는 재미를 봤다”는 것이다.
여기엔 탈레반의 영민한 전술도 한몫하고 있다. 문건은 “탈레반이 일부 지역에서 일부러 무장공세를 줄이고 ‘민심 얻기’ 전술을 펼치면서 나토군의 아프간 철군을 재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나토군 철수 지역에선 탈레반이 아프간 보안군의 저항은커녕 군경의 적극적 도움을 받으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나토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보고서에는 “이 문건은 반군들(의 진술)에서 나온 것이므로 ‘정보 제공용’으로 간주돼야 하며 (정밀한) ‘분석’은 아니다”라는 단서가 붙었다. 나토군 대변인은 “내부기밀로 분류된 문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도 “우리는 오랫동안 파키스탄 정보국과 극단주의 네트워크의 연계를 우려해왔지만 아직 문건을 보진 못했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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