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덕·정혜진씨 선실 갇혔다
하룻만에 극적으로 구조돼
하룻만에 극적으로 구조돼
13일 저녁(현지시각) 이탈리아 섬에서 좌초한 대형 유람선에서 한국인 신혼여행 부부가 하루가 넘도록 선실에 갇혀 있다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에서 밤샘 구조작업을 벌이던 소방대는 사고 발생 뒤 하루가 더 지난 15일 새벽 3시30분께 갑판 밑 선실에서 29살 동갑내기 한국인 신혼부부를 구출했다.
주로마 한국대사관의 윤갑석 공사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한국인 탑승객 34명 중 마지막으로 구출된 이들은 한기덕·정혜진씨 부부”라고 확인했다. 윤 공사는 “부부는 구출 직후 헬리콥터를 타고 응급병원으로 옮겨져 건강 체크를 받았으며, 다시 로마로 이동해 호텔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부를 만난 윤 공사는 “외상은 없었고, 가족들과도 통화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도 구조대의 말을 인용해, 이들이 걸어서 구조선에 옮겨탈 정도로 건강 상태가 양호했다고 보도했다.
한기덕·정혜진씨 부부는 유람선의 중간 기항지인 로마 인근 항구도시 치비타베키아에서 승선했으며, 사고로 배가 옆으로 드러눕자 객실인 303호 안에서 꼼짝 못한 채 생사의 위기를 맞았다.
구조대는 배 안에서 40여명의 실종객을 수색하던 중 어디선가 도움을 구하는 외침을 들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구조대가 있던 곳보다 2개 층이나 아래쪽이었다. 구조대장 파비오 바르가냐는 “고물 쪽에서 선실 하나하나를 뒤지면서 누구 있느냐고 외치고 응답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구조대가 이들의 선실을 찾아내 구출하기까지는 1시간30분이 걸렸다. 부부는 구조된 직후 현지 언론에 “(선실에 갇혀 있던) 24시간의 악몽 동안 주변에 인기척이라곤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조일준 이용인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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