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고온에 눈 없고 경제난에 관광객도 줄어 ‘썰렁’
알프스 스키장이 썰렁하다. 개장 시즌이 됐지만 하얀 눈도 몰려드는 관광객도 찾아볼 수 없다.
유례없이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와 유로권의 경제 위기 탓에 올겨울 스위스의 스키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고 3일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들이 전했다.
지난 2일 중부 지역에 기다리던 첫눈이 왔지만 스키를 즐기기엔 적설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체르마트 등 스키 명소들이 있는 남부 지역은 거의 눈이 오지 않았다. 스키 휴양지로 유명한 남동부 다보스의 경우 지난 주말 현재 전체 318㎞에 이르는 슬로프 중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구간은 11㎞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오는 10~11일 예정된 여성 월드컵스키대회 2개가 취소됐다.
알프스 산악지역 대부분이 해발 1500m 이상에서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아 인공강설도 소용이 없다. 남서부 베르비에르 지역은 영상 12℃를 웃도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많은 스키장비 대여점들이 문을 닫았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일부 스키 리조트와 호텔들은 숙박비와 이용료 할인, 무료 스키학교 등 다양한 혜택을 내걸고 관광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스위스 기상청은 최근 6주 동안 1864년 이후 가장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기상기구(WMO)도 올해 스위스가 기상관측사상 세 번째로 건조한 해라고 밝혔다.
설상가상, 유럽 경제위기로 유로화와 달러에 견준 스위스 프랑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유럽 관광객들의 알프스행 발길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이미 올여름 스위스를 찾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관광객이 9%나 줄었다. 스위스 관광청의 베로니크 카넬 대변인은 “12월 중순까지도 눈이 오지 않으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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