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창과 방패’ 갈등 심화
미, 정치·군사·경제 전략적 수단 총동원해 포위
중, 10년넘게 공들인 아세안 국가와 외교 타격
당황한 원자바오, 회담 제의했지만 이견 못좁혀
미, 정치·군사·경제 전략적 수단 총동원해 포위
중, 10년넘게 공들인 아세안 국가와 외교 타격
당황한 원자바오, 회담 제의했지만 이견 못좁혀
19일 오전 인도네시아 발리,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중이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예정에 없던 긴급회담 자리에 마주 앉았다. 미국의 ‘아시아 귀환’을 내건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중국 포위’ 공세에 당황한 중국의 원 총리가 전날 밤 정상 만찬에서 직접 제의해 마련된 회담이었다.
50분간의 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원 총리의 설득에 흔들리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남중국해 항해 자유는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으며, 위안화 환율 등 경제 문제도 거론했다고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기자들에게 밝혔다.
원 총리도 물러서지 않았다. 미-중 회담 뒤 진행된 동아시아정상회담에서 원 총리는 “남중국해 분쟁은 직접 관련국 사이의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세력”인 미국의 “간섭”에 반대한 것이다.
11~19일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 순방 동안, 전방위 대중국 포위망을 펼친 미국과 포위당하지 않으려는 중국의 ‘창과 방패’ 대결이 격렬했다. 올해 1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상호존중·호혜공영의 협력동반자관계 건설’을 표방하며 지난해의 갈등을 잠재운 지 불과 10개월 만에 양국 관계가 다시 갈등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모양새다. 미국은 정치·군사·경제 분야의 전략적 수단을 거의 총동원해, 전례 없이 강하게 대중국 파상 공세를 펼쳤다.
우선 11~13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끌어들여, 중국을 배제한 아·태 자유무역지대를 향한 경제적 포위의 막을 올렸다. 이어 17일엔 오스트레일리아에 미 해병대 2500명을 주둔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한-일-괌-필리핀-싱가포르-오스트레일리아로 이어지는 대중국 군사적 포위망 구축 구상을 구체화시켰다.
동아시아정상회의 무대에선, 중국의 정치적 고립을 겨냥해 남중국해와 미얀마 카드를 꺼냈다. 남중국해 분쟁에서 중국과 대립하는 동남아 국가들을 미국 쪽으로 끌어당겨, 중국이 10년 넘게 공들여 구축한 아세안과의 외교관계를 뒤흔들었다. 미국 고위 관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 18개 회원국 중 16개국이 남중국해 해양 안보에 우려를 밝혔다”고 전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당사국간 양자협상을 고집해온 중국은 큰 외교적 타격을 입었다.
다음달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미얀마 방문을 발표한 것은, 중국이 인도양 진출 출구와 자원 확보라는 전략적 목적으로 지원해온 미얀마를 끌어들여 중국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전략이다. 쑨저 칭화대학 교수는 20일 <명보>에 “미국의 이번 행보는 미국의 아시아 복귀 전략이 아이디어에서 행동 단계로 접어든 것을 보여줬다”며 “미-중 관계가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G2(주요 2개국) 시대’의 미-중 양국 모두 상대편을 완전히 제압할 힘은 없는 상황에서, 양대 강대국의 치열한 기싸움이 당분간 아시아를 뒤흔들 상황이다. 중국은 내년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본격적 반격이 어려운 정치적 처지 때문에, 우선 최대 자산인 ‘경제력’을 당근과 채찍으로 활용해 외교적 ‘사면초가’ 상황을 돌파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바오 총리는 아세안 국가들의 인프라 건설에 100억달러 지원을 약속하고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서두를 뜻을 밝혔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미국 편에 서는 국가들을 향한 경제적 보복도 경고하고 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미, 대중국 공세 왜?
경제 돌파구+군사적 포석+오바마 재선 ‘1석3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을 계기로 미국이 전방위적으로 대중국 공세를 펼친 배경을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경제적으로 미국의 가장 강력한 우방지대였던 유럽이 경제위기로 흔들림에 따라 미국이 당면한 극심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는 ‘중국’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위안화 환율과 지적재산권 문제 등이 큰 장벽이다. 미국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이 문제를 국제 사회에서 계속 이슈화해 중국의 태도를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중국을 향해 미국 내에서 자신의 재선 슬로건인 ‘우리는 기다릴 수 없다’(We can’t Wait)를 그대로 차용했다고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군사적으로도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급격한 팽창에 대한 위기 의식과 함께 최근 미국의 재정 축소와 이에 따른 대폭적인 군사비 감축에 따라 자칫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위치가 흔들리는 것을 미리 막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모든 일련의 과정은 내년 대선 대비 등 국내 정치적 목적이 더 컸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목적은 미국의 수출과 일자리를 늘릴 출구인 아시아 지역을 움직이려는 목적도 있지만, 미국의 유권자들에게 중국을 향한 자신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크다”고 지적했다. 최근 공화당 대선 주자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주 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오바마 대통령은 (불공정 무역, 환율 등) 무역 마찰을 놓고 중국에 단지 속삭이려 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찰스 쿱찬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국이 국내에서 정치·경제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국의 존재를 부풀리는 것이 (실제 외교적 이득은 물론 국내 정치적으로도) 가장 안전한 베팅”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권태호 기자 ho@hani.co.kr
경제 돌파구+군사적 포석+오바마 재선 ‘1석3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을 계기로 미국이 전방위적으로 대중국 공세를 펼친 배경을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경제적으로 미국의 가장 강력한 우방지대였던 유럽이 경제위기로 흔들림에 따라 미국이 당면한 극심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는 ‘중국’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위안화 환율과 지적재산권 문제 등이 큰 장벽이다. 미국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이 문제를 국제 사회에서 계속 이슈화해 중국의 태도를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와 관련해 중국을 향해 미국 내에서 자신의 재선 슬로건인 ‘우리는 기다릴 수 없다’(We can’t Wait)를 그대로 차용했다고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군사적으로도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급격한 팽창에 대한 위기 의식과 함께 최근 미국의 재정 축소와 이에 따른 대폭적인 군사비 감축에 따라 자칫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위치가 흔들리는 것을 미리 막으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모든 일련의 과정은 내년 대선 대비 등 국내 정치적 목적이 더 컸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목적은 미국의 수출과 일자리를 늘릴 출구인 아시아 지역을 움직이려는 목적도 있지만, 미국의 유권자들에게 중국을 향한 자신의 강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크다”고 지적했다. 최근 공화당 대선 주자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주 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오바마 대통령은 (불공정 무역, 환율 등) 무역 마찰을 놓고 중국에 단지 속삭이려 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찰스 쿱찬 조지타운대 교수는 “미국이 국내에서 정치·경제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국의 존재를 부풀리는 것이 (실제 외교적 이득은 물론 국내 정치적으로도) 가장 안전한 베팅”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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