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불명…과도정부 치안력 부재
무아마르 카디피 전 리비아 최고지도자의 사망 이후 시민군 내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군끼리 며칠 동안 교전을 계속 벌여 13명이 숨졌다. 카다피 퇴진 이후 시민군끼리의 교전은 간혹 있었지만 이처럼 많은 희생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리비아 과도정부의 질서 회복 능력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13일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약 15㎞ 떨어진 해안도시 자위야와 근처 부족 지역인 와르세파나 지역에서 시민군들이 나흘째 교전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현지 병원 의사 등의 말을 인용해, 자위야에서 4명, 와르세파나에서 9명 등 최소한 13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12일 이후 이틀 동안 100명이 부상을 당했다.
목격자들은 양쪽이 로켓포와 박격포, 기관총 등을 동원해 전투를 벌였다고 전했다. 자위야 병사들은 도시 외곽에 200m 간격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검문검색을 하고 있으며, 이들이 차 트렁크와 신분증을 검사하고 있어 검문소가 혼잡한 상태라고 통신은 보도했다.
두 진영이 무력다툼을 벌이고 있는 원인은 분명하지 않다. 다만, 와르세파나 시민군이 카다피 정권과 연루됐기 때문이라는 등의 비방 성격의 소문만 무성하다. 무스타파 압둘잘릴 과도정부 위원장은 주말에 양쪽의 원로들이 모여 분쟁을 해결했다고 주장했으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카다피가 사망한 이래 시민군끼리 무력충돌한 사건이 여러차례 벌어지면서, 카다피 축출에 앞장섰던 시민군의 무장해제와 질서회복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과도정부가 조속히 이를 해결하기엔 벅차 보인다. 압둘잘릴 위원장은 높은 실업률을 언급하면서, 무장 시민군들에게 일자리나 교육훈련 같은 대안을 제공하는 게 최우선적인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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