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립암연구소, 동물실험서 성과
빛으로 암을 치료한다?
미국 국립암연구소 연구진이 종양세포에 달라붙은 뒤 특정 파장의 빛을 쬐야만 약효가 발휘되는 암치료제가 동물 실험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7일 보도했다. 관련 논문은 영국 의학저널 <네이처 메디신> 최신호에 실렸다. 암세포 주변의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또하나의 치료법이 개발된 셈이다.
방사선 조사, 외과 수술, 화학적 치료 등 전통적인 암 치료법은 모두 정상세포까지 파괴하는 부작용이 따른다. 이번에 개발된 치료법은 ‘IR700’으로 명명된 약물을 종양세포 표면의 단백질만을 표적으로 삼는 항체에 흡착시킨 뒤 그 약물에 적외선 인근의 빛을 쪼여 약효가 나타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치료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적외선은 가시광선보다 다소 긴 0.75~3 마이크로미터(㎛)의 파장을 지닌 전자기파로, 피하조직까지 침투할 수 있다.
연구팀이 실험용 쥐들의 등에 편평상피암 세포를 이식한 뒤 IR700D을 투여하고 적외선을 쪼인 결과 “종양 부위가 현저히 줄고 생존기간은 늘어났다”. 연구팀은 “이같은 선택적 암세포 파괴는 정상세포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며 “항체와 약물의 결합이 암 치료의 유망한 물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암 전문가 로라 매캘럼 박사는 “항체 치료와 광역학 치료 모두 암세포 표적 치료법으로 효용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두 치료법을 결합한 것은 흥미로운 발상임에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마국 연구팀은 “이 방법을 실제 암 치료법으로 응용하려면 독성학 연구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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