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 우발적 총상”…타살설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 인상파 화가인 빈센트 반고흐가 정말 자살을 한 것일까?
‘고흐의 자살’은 그동안 예술사학자들 사이에서 정설로 통해왔지만, 사실은 타살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17일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 두 사람이 10년에 걸친 연구 끝에 “고흐는 자살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고 주장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흐는 1890년 5월 프랑스 북부의 한 마을에서 파리 근교 오베르로 가는 도중 총상을 입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숨졌다. 예술사학자들은 오랜 기간 정신병과 우울증을 앓아왔다는 점 등으로 미뤄, 고흐가 자신의 가슴에 스스로 총을 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스티븐 나이페와 그레고리 화이트 스미스는 10년동안 20여명의 번역사 및 연구자들과 함께 그동안 번역되지 않았던 고흐의 편지 수천건 등을 조사해 “고흐는 자살한 게 아니라 불량 총을 갖고 놀던 2명의 소년들이 우발적으로 쏜 총에 맞아 사망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주장이 담긴 책을 내놨다.
나이페 등은 “고흐의 지인들은 고흐가 소년들이 우발적으로 쏜 총을 맞고서도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총을 쏜 것으로 하기로 결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타살설’의 근거로, 고흐가 자살을 시도한 것이라면 총알의 각도가 비스듬하지 않고 직선으로 나타났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흐가 정신병을 앓았기 때문에 총을 구하기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평소 총기를 지녔다는 이야기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먼길을 가던 고흐가 여정 중간에 굳이 총으로 자신의 가슴을 쏠 이유가 없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자살하려 했다면 아예 자신이 머물던 마을이나 목적지 둘 중 하나에서 총을 사용하는 게 더 낫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고흐는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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