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모든 게 잘 될거야.” 낙관주의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이같은 긍정적 사고는 개인의 성격이라기보다 인간 두뇌의 편향적 선택에서 비롯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신경과학 연구팀이 19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사람들 대다수는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하는 성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9일 보도했다.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학술지 <네이쳐 뉴로사이언스>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자동차 도난, 이혼, 실직, 암 발병 등 80가지의 끔찍한 상황을 선정한 뒤, 피실험자들에게 이런 비극이 자신에게 일어날 확률이 어느 정도일지 주관적인 추정치를 물었다. 그런 다음 실제 통계 수치를 알려주고, 다시 자신의 생각을 말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이런 문답과정에서 피실험자들의 두뇌 상태의 변화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관찰했다.
실험 집단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갈렸다. 실제보다 더 비관적 전망을 했던 사람은 비극이 일어날 가능성을 큰 폭으로 낮춰 잡은 반면, 낙관적이었던 사람은 실제 통계치를 무시하는 성향을 보인 것.
예컨대, 자신이 암에 걸릴 확률을 40%라고 말한 비관론자와 10%라고 말한 낙관론자는 실제 통계에 따른 확률이 30%라는 정보를 알게 된 뒤 각기 다르게 반응했다. 비관론자는 자신의 발병 가능성을 실제 통계치에 가까운 31%로 급격히 하향조정했다. 그러나 낙관론자는 실제 통계치 쪽으로 약간 기울긴 했으나 대수롭지 않은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는 인간의 감정제어를 담당하는 두뇌 전두엽의 반응에서 비롯했다. 자기공명영상 촬영 결과, 애초 예상보다 실제 통계수치가 낙관적일 때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던 사람들의 전두엽이 활성화했지만, 실제 현실이 더 끔찍할 경우엔 낙관론자들의 전두엽 활동이 오히려 최저치로 떨어졌다. 인간의 두뇌는 비극적 전망을 최소화하고 낙관적 전망을 최대화하는 쪽으로 발달한 셈이다.
연구팀을 이끈 탤리 샤롯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낙관적인 사람들일수록 미래에 대한 부정적 정보의 영향을 덜 받으며 자신이 듣고 싶은 정보만 취사선택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낙관적 성향이 건강엔 좋지만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샤롯 박사는 “지나친 낙관주의는 안전한 성생활이나 은퇴 이후에 대비한 저축 등 예방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그만큼 적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