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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전쟁은 변화·저항은 진화…역사는 퇴화

등록 2011-10-06 20:56

미군 ‘정밀타격전’으로 전환…2014년 전면 철수
테러 공포감은 여전…‘탈레반 재집권 시간문제’
7일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꼭 10년을 맞는다. ‘9·11테러’가 터진 지 3주만인 2001년 10월7일,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는 알카에다 색출과 토벌을 구실로 아프간을 전격 침공했다. 이어 2003년에는 이라크도 침공했다.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이다.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은 막대한 인명손실만 남긴 채 역사 속으로 묻혀가고 있다. 미국은 올해 말까지 이라크에서, 2014년까지는 아프간에서 자국군을 전면 철수할 계획이다. ‘부시의 전쟁’에서 ‘오바마의 전쟁’으로 바뀐 아프간전은 전쟁의 양상도 크게 바꿔놓았다.

■ 미군 전술의 변화 2009년 출범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전임 부시 정부로부터 막대한 재정적자와 아프간 전쟁이라는 멍에를 넘겨받았다. 오바마 정부는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붓고도 결과는 불확실했던 기존 전쟁의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막강한 재래식 화력 대신 원격조종 무인기(드론)의 정밀타격과 소규모 특수부대의 기습 작전을 앞세운 것이다.

이같은 정밀타격전은 정확한 정보가 뒷받침돼야 하는만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역할과 비중이 급증했다. 정보당국이 군과 합동작전을 하고 무인기를 직접 운용하는 준군사조직이 된 것은 그 귀결이다. 주권 침해, 민간인 피해, 법적 정당성 등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의 선택은 들어맞았다.

지난 5월 미 특수부대는 파키스탄의 은신처에 있던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 무인기의 성과는 더욱 돋보였다. 최근 두달새에만 알카에다의 정신적 지도자인 안와르 아울라키와 알카에다의 2인자 아티야 라흐만이 무인기의 미사일 공격에 폭살당했다. 지난해 알카에다 3인자 무스타파 야지드를 죽인 것도 무인기였다. 병사 1명당 연간 100만달러(약 12억원)가 들어가는 기존 방식보다 훨씬 값싸고, 안전하고, 정확했다.

그러나 미군의 군사작전이 무인기 중심으로 완전히 바뀐 건 아니다. 무인기 전술은 첨단 중화기가 별 소용이 없는 아프간 산악지대에서 게릴라식 진지전을 구사하는 탈레반에 맞선 특수전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의 한 관리는 최근 “무인기는 미군이 보유한 여러 수단 중 하나로, 정식 무기로 채택된 게 아니라 정책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무인기를 둘러싼 논란은 국방예산 삭감에 더해 미 중앙정부국과 국방부의 미묘한 힘겨루기도 깔려 있다.

■ 탈레반 저항의 진화 아프간 34개 주의 절반이 넘는 곳에선 매일 저녁 8시면 모든 휴대폰 신호막대가 사라진다. 탈레반이 이동통신사를 협박해 통화서비스를 끊기 때문이다. 그 시간부터 해당지역은 외부세계와 차단된다. 이같은 휴대폰 차단은 탈레반이 한때 경원시했던 현대문명 기기를 이용해 훨씬 은밀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하는 전술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미군의 전술 변화에 맞춰 탈레반의 저항도 진화하고 있다. 나토는 한때 정권까지 잡았던 탈레반의 군사력이 현저하게 약화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탈레반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지금도 굳이 영토를 필요로 하는지는 의문이다. 나토와의 대규모 전투를 피하는 대신 암살과 소규모 기습테러로도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지난달 수도 카불에서 미국 대사관과 나토군 본부 등을 겨냥한 테러 공격을 감행해 20여명이 숨졌다. 또 평화협상 특사를 가장해 아프간 정부 쪽 협상대표인 부르하누딘 라바니 전 아프간 대통령의 집에까지 들어간 뒤 그를 암살하기도 했다. 미국이나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정부가 원하는 협상에 관심이 전혀 없다는 것을 천명한 것 뿐 아니라, 자신들이 아프간의 실질적 지배자라는 것을 과시한 셈이다.


미군 철수가 본격화하면서 탈레반의 기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아프간 인권위원회의 아마드 나데리는 <뉴욕 타임스>에 “아프간 보통사람들과 정부의 일부 관리들이 지금처럼 극심한 우려와 공포심을 느끼는 것을 일찌기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탈레반 선전팀 책임자는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 최신호에 “우리는 달력도, 시계도, 계산기도 없다. 우리 관점에서 시간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아프간을 다시 통치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란 얘기다. 10년 전쟁이 저물어가지만, 미국도 탈레반도 다시 10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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