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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문어의 나라 한국’

등록 2011-09-29 23:07수정 2011-09-29 23:27

독일 월간지 한국재벌 특집…성공 이유·문제점 함께 다뤄
“인터뷰 내내 그가 가장 많이 꺼낸 단어는 ‘회장님’이었다.”(삼성 간부)

“우리는 단지 군대다. 한사람이 방향을 제시하면 그저 따를 뿐이다.”(현대차 간부)

한 외국 언론이 재벌이 주도하는 한국 경제의 명암을 집중 조명해 관심을 끌고 있다. 29일 발간된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의 자매 월간지인 <매니저 매거진> 최신호는 ‘문어의 나라’란 제목의 4쪽짜리 특집 기사에서 “탄탄한 중소기업들이 떠받치는 독일의 산업 구조와 비교하면 한국 재벌이 그리 건강해 보이지는 않지만 세계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며 성공해 가는 모습은 매우 경이로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이어 “지난 20년간 주류 경영이론에 따르면 한국의 재벌은 이미 오래전에 사망했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왜 ‘한국 경제모델’은 성공을 거두었을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잡지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은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가나와 비슷한 수준의 빈국이었다며, ‘반시장경제’주의자인 박정희 대통령이 차관을 얻어 기업을 지원한 게 삼성, 엘지(LG), 포스코, 현대 등 오늘날의 재벌이 바닥에서부터 기적을 일궈낸 토양이라고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놀라울 정도로 높아진 한국 재벌들의 위상도 전했다. 잡지는 “서구 경영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일본이 아닌, 매우 강력한 한국 기업들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애플이 경쟁 기업인 삼성을 소송전으로 끌어들인 것은 자신들의 공포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 잡지는 “과거 한국 재벌은 발명가가 아닌 모방가에 불과했지만, 더이상 빠른 추격자가 아니라 이미 선도자가 됐다. 스스로 트렌드를 조성한다”는 로널드 빌링거 매킨지 서울사무소장의 평가도 소개했다.

하지만 이런 재벌 체제는 한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다는 지적 또한 빼놓지 않았다. 외환위기 당시 한국 국민들은 재벌도 공동책임이 있다고 느꼈으며 정부 역시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는데도, 결국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잡지는 평가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탈세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가 사면·복권된 과정을 소개한 잡지는 “법은 재벌 총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노조 관계의 말을 인용했다.

결론적으로 이 잡지는 “한국 경제는 서양과 동양의 문화를 한데 버무린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며 “한국은 정반대로, 그러나 어쨌든 성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끝을 맺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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