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영국 화물선 ‘SS게어소파’호
역대 최대규모의 보물선이 대서양 해저에서 발견됐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2월 독일 잠수함 유(U)보트에 격침된 영국 화물선 ‘SS게어소파’호가 아일랜드 서쪽 300마일 지점, 수심 4700m의 해저에서 발견됐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26일 보도했다.
이 배에는 은괴 200t을 비롯해 선철, 인도산 차 등 7000t에 이르는 값비싼 물건들이 가득 실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에 실린 은괴는 현재 환산가격으로 1억5000만파운드(약 2755억원)에 상당하는 엄청난 양으로, 침몰 선박에서 발견된 귀금속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전장 412피트(126m) 크기의 증기선인 게어소파호는 인도 캘커타항을 출발해 영국으로 향하던 중 연료 부족과 악천후를 만나 아일랜드 갤웨이항으로 항로를 변경했다가 독일 유보트의 표적이 됐다. 피격 당시 배에는 85명의 선원이 탑승하고 있었으나 뭍에 닿은 생존자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지난달 게어소파호를 발견한 미국 탐사업체 오딧세이 마린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앤드루 크레이그는 “선박의 정체와 위치를 확인하는 1차 탐사를 마쳤으며, 이제 보물 인양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침몰 선박의 상태는 인양하기에 아주 좋은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게어소파호는 화물적재함이 열린 채 바다 밑바닥에 반듯이 서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딧세이 마린 쪽은 내년 2분기께 로봇 잠수정을 투입해 ‘노다지’를 건질 계획이다. 오딧세이 마린은 영국 교통부와의 계약에 따라 적재화물 평가액의 80%를 챙기게 됐다. 이 회사의 마크 고든 회장은 적재화물을 표기한 서류를 보면 은괴에 2.5%의 금이 함유돼 있다며 이는 “추가 보너스”라고 말했다.
영국인도증기선상사 소속 상선인 게어소파호는 1919년 취역했으며, 1941년 1월 영국의 전시교통부에 의해 해군 보급선으로 등록된 지 한 달 만에 독일 잠수함의 어뢰에 격침됐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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