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아들 좀 쫓아내 주세요.”
이탈리아 베니스의 한 부부가 마흔이 넘도록 부모에 얹혀살고 있는 ‘캥거루족’ 아들을 집에서 내보내 달라고 법에 호소하고 나섰다.
이 부부의 아들은 41살이 되도록 독립하지 않고 노부모에게 온갖 수발을 들게 하며 ‘기생’했다. 부모는 아들에게 독립할 것을 수차례 설득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자 참다못해 ‘가정의 평화’를 위해 이탈리아 소비자연맹 아디코(ADICO)에 법적 도움을 청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20일 현지 언론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버지는 아디코 쪽의 변호사에게 “더이상 견딜 수 없다. 아내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고 한탄했다. “아들이 번듯한 직업이 있으면서도 집에 들어앉아 부모에게 빨래와 다림질, 식사 준비까지 요구하며, 집에서 나갈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문제의 아들이 공격적 성향까지 갖고 있다고 전했다.
부모의 의뢰를 받은 안드레아 캄프 변호사는 이 아들에게 ‘엿새 안에 집을 떠나지 않으면 법적 조처를 취할 것’이란 내용의 경고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아들이 ‘퇴거 권고’를 거부할 경우, 법원에 ‘부모 보호’ 조처를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아디코 쪽은 장성한 자녀가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게 얹혀살면서 갈등을 빚는 사례가 접수된 것만 수백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번에 자녀 퇴거 요청을 한 부부도 최근 다른 부모가 법적 지원을 받아 자녀 축출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디코 쪽에 도움을 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부모는 자녀가 집에서 나가자마자 현관문 자물쇠를 바꿔버렸다고 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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