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공개 ‘외교전문’서
‘러시아에 미리 통보’ 밝혀져
‘러시아에 미리 통보’ 밝혀져
지난 2009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미국 본토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 정부가 요격 태세를 갖추고, 이를 러시아 쪽에 미리 통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내부고발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전문을 보면, 미 국무부는 2009년 3월30일 러시아 주재 미 대사관에 보낸 비밀전문에서 “대포동 2호의 비행 궤적이 미국 영토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파악되면 (미국) 국민과 영토를 보호하기 위해 자위권 차원에서 요격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2009년 4월5일보다 엿새 정도 앞선 시점이다.
국무부는 “지상발사 요격미사일이 발사되더라도 러시아 정부가 이를 오해하지 말기를 원한다”며, 요격미사일이 발사될 경우 미-러 간의 핫라인을 통해 발사 사실을 즉각 통보할 방침이라는 점을 러시아 쪽에 전하라고 주러 대사관에 지시했다. 미 국무부는 요격 미사일을 발사할 기지로, 알래스카 포트그릴리,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 등을 꼽았다.
미국은 당시 “우리의 요격미사일 발사는 순전히 방어적인 것이며, 적절한 추가 정보를 전하겠다”는 대러 메시지까지 미리 준비해 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을 줄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앞두고 당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필요하다면 (요격 준비를) 선택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가 “미국은 요격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번복했다.
한편, 김영삼 전 대통령은 2008년 4월25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대사와 점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미국의 (1994년) 영변 핵시설 폭격을 자신이 허락했다면 지금쯤 상황이 더 좋아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이 북한을 공격하려 했고, 자신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실제로 북폭을 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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