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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칼 로브 파면·의회 조사”압박
백악관 곤혹·공화당 침묵속 파장 촉각
“리크게이트에 연루된 사람은 누구든 파면하겠다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약속은 유효한가?” 11일 백악관 정례브리핑은 시작하자마자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리크(누설)게이트 연루설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질문공세에 당혹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2003년 9월엔 칼 로브의 연루설을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이번엔 모호한 답변으로 질문공세를 피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로브를 비롯한 다른 백악관 고위관리들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당은 로브의 사퇴와 의회 조사를 요구하고 나서, 부시의 최측근 참모인 로브의 정치적 생명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드러나는 실체=리크게이트는 2003년 6월 전직 이라크 대사 조지프 윌슨이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주장을 근거없다고 비판한 뒤 백악관 고위관리가 “윌슨 부인은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이란 사실을 기자들에게 흘리면서 시작됐다. 윌슨은 이것을 정치적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특별검사가 임명돼 2년간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 고위관리들을 모두 조사했지만 정보 누설자를 찾지 못했다. 검찰은 ‘익명의 고위관리’로부터 정보를 들은 기자들을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취재원 공개를 거부한 주디스 밀러 <뉴욕타임스> 기자가 최근 구속됐다. 로브가 연루됐다는 단서는 밀러와 함께 구속위기에 처했던 <타임>의 매슈 쿠퍼 기자가 막판에 검찰 조사에 협조하면서 물 위로 떠올랐다. 쿠퍼 기자가 상사에게 보낸 전자우편엔 “이라크가 니제르에서 핵 부품을 수입했는지 조사하는 일을 윌슨이 맡은 건 그의 부인 때문이다. 윌슨 부인이 중앙정보국에서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고 로브가 말한 걸로 적혀 있다. 정치적 파장=민주당은 즉각 로브의 사임과 의회 조사를 촉구하며 정치공세에 나섰다. 헨리 리드 민주당 상원 지도자는 “누설자를 파면하겠다는 약속을 부시 대통령이 지킬 것으로 믿는다”고 백악관을 압박했다. 헨리 왁스맨 하원의원(민주)은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공화당은 당장 관련자를 의회로 불러 증언하게 했을 것”이라며 로브 청문회를 촉구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아직 조용히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부시의 로브 신임이 워낙 두텁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몇 상원의원들은 이번 사건의 파장을 몹시 우려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로브 개인의 문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부시 2기 행정부에 커다란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로브가 부시 2기의 주요 어젠다(정책기조)를 작성·실행하는 데서 핵심적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그의 퇴진은 곧바로 부시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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