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테러’ 여파 지하철 등 보안검색 강화
“37명 사망 700명 부상” 7일 오전 영국 런던에서 테러사건이 발생한 몇시간 뒤, 미국 <시엔엔방송>은 뉴욕과 필라델피아 등 대도시의 지하철역 승강장에 빨간 등산용 가방을 놓아두고 언제 가방이 수거되는지를 몰래 찍은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필라델피아에선 20분 만에 경찰이 이 가방을 거두어 갔다. 뉴욕에선 30분이 지나도록 아무도 가방에 신경쓰지 않았다. “이 가방에 폭탄이 들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전세계인들이 <시엔엔> 방송이 던진 이 섬뜩한 질문 앞에 놓였다. 7일 발생한 런던의 지하철·버스 폭탄테러 사건을 계기로, 대중교통 수단을 겨냥한 테러 방지가 전세계의 긴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매일 수백만~수천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과 통근열차, 버스의 보안체계를 향상시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 각국 정부에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영국 경찰은 8일 오전(현지시각) 폭탄테러로 현재 37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스카이티브이> 등 일부에서는 “사망 최소 45명 부상 1천명”이라고 전하고, 존 하워드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는 8일 숨진 이가 52명에 이른다고 밝혀 사망자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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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도 ‘오렌지’에서 ‘적색’으로 경보를 한단계 올리고, 기차와 지하철역의 순찰을 강화하는 한편, 기차 승객에 대한 불심 검문도 벌이고 있다. 프랑스 철도회사는 애슈더드와 런던으로 가는 승객들에게 여행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팩스로 보냈다. 파리 경찰 산드린 구르소네 대변인은 적색경보에 따라 영공 일부를 폐쇄하고 레저용 민간 항공기의 운항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 당국도 교통시설에 대한 경계수위를 ‘옐로’로 높였고, 10년 전 지하철 사린가스 사건을 겪은 일본 정부는 8일 오전 긴급 각료회의를 열어 주요 교통시설 경비를 강화하도록 했다. 일본 경찰은 특히 폭탄 은닉 대상물이 되기 쉬운 지하철역 구내 쓰레기통을 철거했다. 대중교통시설 테러대응책 고심=이번 런던 테러사건은 테러 전술의 변화를 보여준다. 항공기 보안검색이 심해지자, 접근이 쉬운 열차와 지하철 등으로 테러대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시엔엔방송>은 “테러리스트들의 목표가 미군이나 미국시설 등 이른바 ‘하드 타깃’(주요 목표)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소프트 타깃’으로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가장 취약한 곳이 바로 대중교통 수단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국내 테러방지에 엄청난 돈과 노력을 쏟아부은 미국 역시 대중교통시설의 보안 수준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런던 테러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대중교통시설 대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매년 항공기 보안엔 150억달러를 쓰면서, 승객 수가 16배나 많은 철도 보안엔 1억1500만달러를 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중교통의 테러 방지가 어려운 건 우선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항공기야 출입구가 공항 한 곳이지만, 워싱턴 시내 지하철만 해도 출입구가 수백곳에 이른다. 이걸 다 감시하고 보안검색 시스템을 갖추는 덴 수십억~수백억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공공운송협회는 철도 운영체계의 보안수준을 높이는 데만 60억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돈보다 더 어려운 문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러시아워 때 수천~수만명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지하철역에서 테러 용의자를 차단하기란 매우 어렵다. 뉴스전문 채널 <엠에스엔비시>는 테러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지하철 승객들이 공항처럼 1시간이나 줄서서 보안검색을 받으려 하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대중교통시설의 보안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거세지 않았던 데엔 이런 이유가 작용했다. 그러나 공항과 같은 검색이 어렵다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보안체계를 강화하는 게 절실하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한 보기로, 미국의 열차 보안 관계자들은 최근 몇 해 동안 철로와 기차 주변에 수백대의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기관사가 경찰과 직접 연락할 수 있는 연락체계를 갖춤으로써 보안수준을 한단계 높였다고 말한다고 <엠에스엔비시>가 전했다. 또 역무원 명찰에 칩을 내장함으로써, 열차 주변에 역무원 이외의 사람이 배회하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도입되고 있다. 워싱턴 도쿄/박찬수 박중언 특파원, 김학준 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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