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활동가들 기습시위 “출항 허용하라”
프랑스 선적은 봉쇄 뚫고 공해상 항해 성공
프랑스 선적은 봉쇄 뚫고 공해상 항해 성공
이스라엘이 봉쇄중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려다 그리스에 억류된 국제구호선단 활동가들이 그리스 영해를 탈출하려다 체포되거나 자국 대사관을 점거하는 등 상황이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전세계 평화활동가 500여명이 참여한 국제구호선단 선박 10척은 애초 지난달 말께 그리스와 유럽의 여러 항구에서 가자지구로 출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리스에서 출항 예정이던 6척이 그리스 정부의 출항금지 조처로 5일 현재까지 발이 묶이고 의문의 선박 파손이 잇따르면서 계획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 수도 아테네의 항구에 억류된 스페인 구호선 ‘게르니카호’ 소속 활동가 21명이 이날 아테네 도심의 스페인 대사관을 기습점거했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대사관 건물에 팔레스타인 깃발을 내걸고, 스페인 정부가 그리스 정부에 구호선단의 출항을 허용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스페인 외교소식통은 이날 오후 <아에프페>(AFP) 통신에 “이건 상징적인 점거”라며 “지금은 4명의 활동가만 대사관에 남아 있으며, 나머지 활동가들과 수십명의 시민들은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점거 시위를 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새벽엔 아테네에 있던 구호선단 활동가 8명이 프랑스 선적의 소형유람선을 타고 공해상으로 나가는 데 성공했다고 프랑스 활동가 대변인 장클로드 르포르가 이날 오후 <에이피>(AP) 통신에 밝혔다. 그는 “이 선박이 지중해의 안전지대를 항해중이며, 하루이틀 안에 가자지구 연안에 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제구호선단 활동가들 중 그리스 해안경비대의 봉쇄를 뚫고 나간 처음이자 유일한 사례가 나온 것이다.
앞서 4일 크레타섬에 억류된 캐나다 선박 ‘타흐리르호’ 소속 캐나다 활동가 2명과 오스트레일리아 활동가 1명은 불법 출국을 시도하다 실패해 그리스 당국에 체포했다. 타흐리르호 활동가들은 이날 그리스 항만당국의 출항금지 조처를 무시하고 바다로 나가다가 그리스 해안경비대에 가로막혀 항구로 끌려와야 했다.
한편 그리스 법원은 이날 미국 선적 구호선박 ‘담대한 희망호’의 존 클러스마이어 선장을 석방했다고 <에이피> 통신이 전했다. 클러스마이어는 지난 2일 그리스 당국의 허가 없이 아테네항을 출항하려다 체포됐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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