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지난달 6일(현지시각) 기소인부 심리를 받기 위해 뉴욕 대법원에 도착해 웃음을 짓고 있다.
NYT “검찰, 피해여성 진술 의심”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한테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호텔 여종업원의 신뢰도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스트로스칸에 대한 석방 결정이 내려졌다. ‘매장’ 일보 직전까지 갔던 스트로스칸의 성폭행 혐의 사건이 반전되는 양상이다.
뉴욕주 대법원은 1일 법정에 성실히 출석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스트로스칸의 가택연금을 해제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성폭행 미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스트로스칸은 600만달러(약 64억원)를 내고 보석을 얻어냈으나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가택연금 상태에 놓였었다.
가택연금 해제는 검찰이 최근 스트로스칸을 고소한 뉴욕 소피텔호텔 여종업원의 진술에 의문을 품게 되면서 이뤄진 조처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0일 “믿을 만한” 뉴욕 사법당국 관계자 두 사람의 말을 인용해, 스트로스칸과 호텔 여종업원이 성적 접촉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검찰이 피해 여성의 진술을 상당 부분 믿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아프리카 기니 출신인 이 여성은 검찰 조사 때 과거 성폭행과 할례(성기 절제)를 당해 미국에 난민 신청을 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또 그가 마약 밀매와 돈세탁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 다음날,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수감중인 한 남성과 스트로스칸이 기소됐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논의하는 전화 녹음 내용도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검찰 고위 관계자들이 이에 따라 스트로스칸의 중범죄(성폭행 미수, 성적 학대 등) 혐의에 대한 공소를 취소하는 문제까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 검찰은 이런 맥락에서 스트로스칸의 가택연금 해제에 동의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1일 심리 때 “사건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밝혔고, 여권을 돌려주지도 않았다. 검찰도 이날 법정에서 공소 취소를 언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스트로스칸이 누명을 썼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프랑스 사회당 등은 미국 사법부가 그의 명예를 회복시켜줘야 한다고 밝혔다. 자크 랑 전 문화부 장관은 이날 프랑스 언론 인터뷰에서 “무죄가 입증되면 스트로스칸이 2012년 프랑스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편 스트로스칸 대신 국제통화기금 총재 자리를 맡게 된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프랑스 재무장관의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의 한 관계자는 “이미 스트로스칸은 사임했고, 라가르드가 새 총재가 된 만큼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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