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집단 ‘갑작스런’ 중단선언
수사망 포위에 불안감 관측
수사망 포위에 불안감 관측
각국 정부기관과 기업을 해킹해 전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해커 집단 룰즈섹이 25일 작전 중단을 선언했다.
룰즈섹은 이날 자정께 ‘고별’ 성명을 내어 “우리의 예정됐던 50일간의 여행은 종료됐다”며 “이제는 먼 곳으로 항해를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이들은 “단지 그렇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지난 50일 동안 기업과 정부기관, 일반인 등의 가능한 한 모든 웹사이트를 마비시키고 정보를 유출시켰다”며 “함께 단결하면 압제자를 물리칠 수 있고, 우리에게 합당한 권력과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해킹 중단을 선언한 날은 공교롭게도 소설 <1984>를 통해 ‘빅브러더’란 말을 처음 만들어낸 작가 조지 오웰의 생일과 일치한다.
룰즈섹은 해킹 중단을 선언하면서 게임 사이트와 기업 서버 등에서 해킹한 정보를 대량 방출하기도 했다. 이 중에는 미국 최대 이동통신업체 에이티앤티(AT&T)가 미국 내 새로운 무선 브로드밴드 네트워크를 구축해 올여름께 가동에 들어갈 것이라는 내용 등이 담긴 내부 문건 파일 338개도 포함됐다. 하지만 언론들은 유출된 정보 대부분이 ‘잡동사니’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룰즈섹은 “예정됐던 50일”이란 표현을 썼지만 이들의 해킹 중단 선언은 갑작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이 불과 닷새 전까지만 해도 또다른 해커집단 ‘어노니머스’와 함께 전세계 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공동 사이버 공격을 선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국 <엠에스엔비시>(MSNBC) 방송은 지난 21일 영국에서 룰즈섹 멤버로 보이는 라이언 클리어리(19)가 체포되는 등 각국 정부가 해커집단에 대한 수사망을 좁혀오는 데 따른 불안감 때문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룰즈섹 구성원들은 지난달부터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영국 중대조직범죄청(SOCA) 등 수많은 웹사이트를 해킹해왔다. 이들은 마지막 성명에서 ‘6명의 선원’(crew of six)이라며, 자신들이 6명으로 구성된 집단임을 드러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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