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독단적 원전 정책’ 베를루스코니 심판

등록 2011-06-13 20:52수정 2011-06-14 10:01

이탈리아 국민투표 압도적 반대
24년 전 투표로 폐쇄 뒤 재추진…다시 제동
야당 “총리와 시민 심각한 이반” 사임 요구
12~13일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이탈리아 국민들이 원전 건설을 재추진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정부에 대해 분명히 ‘노’를 외쳤다.

이번 국민투표에 부쳐진 사안은 모두 3가지(4건)였다. 이탈리아 국민들은 원자력발전 재개 이외에도 △수도 민영화 계획(소비자 요금 인상을 통한 투자금 벌충안 포함 2건) △총리 등 내각 관료 등에 대한 면책법(최대 18개월 동안 재판에 출석하지 않도록 특권 부여)의 존폐를 결정하는 권리를 행사했다.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원전 신설 무기한 중단 선언 등의 ‘카드’를 동원해 국민투표를 피하려 애써왔지만, 지난 1일 대법원의 판결로 국민투표는 예정대로 실시됐다. 이날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지금 이 순간 진행중인 투표 결과에 따라 아마도 이탈리아는 원전에 이별을 고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패배’를 인정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중도좌파 야당인 민주당의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대표는 즉각 “이번 투표 결과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시민들과 이반돼 있다는 가장 심각한 신호”라며 총리 사임을 요구했다. 그러나 집권당인 국민자유당 대변인은 “이탈리아인들은 구체적 안건에 투표한 것일 뿐, 정부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한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탈리아는 체르노빌 원전 사태를 계기로 1987년 국민투표로 원전 폐쇄를 결정했다. 지난해 베를루스코니 정부는 2014년부터 신형 원자로 건설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원전 재추진의 불을 댕겼다. 그러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반대 여론이 90%까지 치솟았고, 원전 재추진 정책이 여론의 심판대에 오른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주요 정책 사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일이 적지 않다. 교황청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이혼을 허용(1974년)하고, 낙태를 합법화(1981년)한 것도 국민투표를 통해서였다.

문제는 투표율이었다. 국민투표가 유효하려면 유권자 50%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데, 1995년 이후 20여차례의 국민투표에서 유효 투표율을 넘긴 적이 없다. 이번에 투표율이 57%에 이른 것은 베를루스코니 정부의 ‘독단적’ 정책에 국민들이 ‘심판’을 내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 쪽에서는 지지자들에게 투표 ‘불참’을 촉구하는 등 막판까지 투표율 낮추기에 안간힘을 썼다.

정부가 원전이나 상수도 정책 등과 관련해 또다른 안을 마련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압도적인 국민투표 결과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정책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집권연정인 국민자유당은 지난달 30일 밀라노 등 시장 선거 결선투표에서 중도좌파 후보들에게 패배해 타격을 입은 터다. 여기에 그의 ‘섹스 스캔들’에 대한 재판까지 진행되고 있어, 베를루스코니는 더욱 정치적 사면초가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박근혜 ‘반값 복지’ 가세
국내 페이스북도 동의없이 사진에 이름 달아
옴니아2 과장광고 등 확인 공정위 “삼성전자 곧 제재”
30년 터전 잃은 ‘포이동 판자촌’ 주민들
임상규 순천대 총장 자살 “악마의 덫 걸려” 유서 쓴채…
낙동강가 주민 120가구 억울한 이주 위기
경찰청장 “촛불집회 무조건 불허 않겠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내란 옹호’ 영 김 미 하원의원에 “전광훈 목사와 관계 밝혀라” 1.

‘내란 옹호’ 영 김 미 하원의원에 “전광훈 목사와 관계 밝혀라”

미 국가안보보좌관 “윤석열 계엄 선포는 충격적이며 잘못됐다” 2.

미 국가안보보좌관 “윤석열 계엄 선포는 충격적이며 잘못됐다”

“40km 밖인데 연기와 재가”… LA산불 “진압률은 여전히 0%” 3.

“40km 밖인데 연기와 재가”… LA산불 “진압률은 여전히 0%”

트럼프에 “유죄지만 석방” 선고…10일 뒤 ‘중범죄자 대통령’ 취임 4.

트럼프에 “유죄지만 석방” 선고…10일 뒤 ‘중범죄자 대통령’ 취임

박찬호 LA 집도 불타…가족과 호텔로 피해 5.

박찬호 LA 집도 불타…가족과 호텔로 피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