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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전쟁나면 뭉치는 ‘전쟁 심리학’

등록 2011-06-08 19:58수정 2011-06-08 20:37

이스라엘 전역자 대상 ‘게임 실험’서 밝혀져
전쟁은 집단을 뭉치게 하는가? 답은 “그렇다”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팀은 사람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 위기에 닥쳤을 때 기꺼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닷컴>이 8일 보도했다. 집단의 생존을 위해 협력하는 구성원들에겐 자신의 몫을 덜어서라도 보상을 하고, 그렇지 않은 구성원에겐 징벌을 가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2006년 7~8월 이스라엘과 이슬람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벌인 레바논 전쟁을 전후해 이스라엘의 전역자들을 대상으로 한 게임 실험을 통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영국의 저명한 과학연구단체인 자연과학진흥을 위한 런던왕립학회(왕립학회)는 7일 발간된 학회지에 이들의 논문을 실었다.

 연구팀에 참여한 문화인류학자 대니얼 페슬러 교수는 “생물학적 진화든, 문화적 진화든, 아니면 둘의 조합이든간에, 인간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 공격을 받을 때 집단과의 협력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다른 사람들도 협력을 강제하기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려는 심리가 있다”고 말했다. 페슬러는 과학자들이 현실세계의 갈등이 사람들의 ‘협력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을 대상으로 2명씩 짝을 지어 ‘최후통첩 게임’과 ‘신뢰 게임’을 진행했다. 최후통첩 게임에선 갑에게 돈을 주고 을과 나눠갖도록 했다. 만일 을이 갑의 분배에 수긍하면 둘 다 돈을 갖지만, 이의를 제기하면 아무도 돈을 못 챙긴다. 을로선 갑이 어떻게 분배하든 수긍하는 게 이익이지만, 어떤 경우엔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갑에게 불이익을 주려 한다.

 신뢰 게임에선, 갑이 을에게 나눠줄 금액을 결정하면 실험 진행자는 그 돈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을에게 주고 갑과 나누도록 했다. 이 경우, 갑은 을에게 전액을 줘버리고 을은 3배로 불어난 돈을 갑과 절반씩 나눠 애초 금액의 150%를 챙기는 게 최상의 조합이다. 갑이 적게 주고 을이 많이 챙길수록 손해다.

 흥미롭게도, 평화시기보다 전쟁 시기에 사람들은 상대의 욕심에 크게 반발하고, 상대의 선의에 후하게 화답했다. 평화 시기의 최후통첩 게임에서는 갑이 을에게 7:3의 분배를 제안했을 때 이를 부당하게 여긴 을은 12%에 그쳤으나 전쟁 시기엔 을의 40%가 자기 몫을 포기해가면서까지 갑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신뢰게임에서도 평화시기보다 전쟁시기에 갑의 선의에 대한 을의 보상이 돋보였다. 갑의 자기몫 회수율이 평화시기엔 25%에 그쳤으나 전쟁시기엔 최상의 조합인 150%에 근접한 것. 페슬러는 “전쟁이 사람들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쌍벽을 이루는 얼핏 매트 리들리의 <이타적 유전자>를 떠올리게 하는데, 자연과학이 아닌 인문과학 분야의 심리 테스트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페슬러 교수는 “전쟁시기에 사람이 뭉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자기 몫을 기꺼이 포기한다는 게 이번 연구 결과의 핵심”이라며 “연구의 다음 단계는 이런 효과가 협동이라는 맥락에서 처벌과 보상에만 국한되는지, 아니면 사람들이 규칙에 대한 순응을 강제하는 일반적 성향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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