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중앙은행의 동결안 거부
성장 부진에 허덕이는 유럽에서도 ‘금리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부동산 거품 등 저금리 폐해를 우려한 금리인상론이 제기되는 반면, 유럽은 거꾸로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 요구가 거센 형국이다.
유럽의회는 5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정책 방향이 담긴 통화정책 보고서를 찬성 287, 반대 296으로 거부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4일 “유로권 금리는 경제성장을 촉진할 만큼 충분히 낮다”는 장 클로드 트리셰 중앙은행 총재의 의회 증언을 뼈대로 한 것이다. 반대 표결을 주도한 의원들은 “중앙은행이 물가안정에만 집착해 성장의 필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로화 사용 12개국의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유럽중앙은행은 2003년 6월 이후 25개월째 기준금리 목표치를 연 2%로 묶어왔다. 중앙은행은 의회의 표결 결과에 대해 “그건 의회의 문제”라며 공식 논평을 피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의회 표결이 강제력을 갖진 않지만, 유로권 주요국의 금리인하 목소리는 더 거세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6%로 낮춘 이탈리아를 비롯해, 독일과 프랑스 등 성장률 하락에 고심하는 유럽연합의 ‘빅3’은 “경기부양적 금리정책(금리인하)”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앞서 비유로권인 스웨덴은 지난달 “경제 성장세가 약해졌다”며 정책금리를 연 2.0%에서 0.5%포인트 인하했고, 영란은행은 지난달 일부 통화정책 위원들이 금리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조만간 현 금리 수준(연 4.75%)을 낮출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은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0.5%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그러나 트리셰 총재는 “유로권의 장기금리는 역사상 최저 수준이며, 유가상승 영향으로 오히려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7일 금리 수준을 결정할 중앙은행 정례회의에서는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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