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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레닌 ‘유대계 확인’ 비밀문서 공개

등록 2011-05-24 18:05수정 2011-05-25 13:39

사진 왼쪽부터 레닌(1870~1924, 본명은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아노프)과 스탈린.
사진 왼쪽부터 레닌(1870~1924, 본명은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아노프)과 스탈린.
“그는 가난한 유대인 집안 출신”
스탈린은 유가족에 비공개 명령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을 이끈 레닌(1870~1924, 본명은 블라디미르 일리치 울리아노프)이 유대계 혈통임을 명확히 입증해주는 문서들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레닌이 타계한 뒤 유가족이 스탈린에게 반유대주의 정책을 철회해달라고 탄원했던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국립역사박물관은 레닌의 누나와 여동생이 쓴 편지와 일기 등 지금까지 비밀로 분류돼온 문서 111건을 일반에 전시하기 시작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3일 보도했다. 공개된 문건들에는 스탈린과 레닌의 관계를 비롯해 스탈린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 혁명동지들에 대한 숙청 등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자료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레닌의 조카딸인 올가 울리아노바가 쓴 레닌의 ‘공식 전기’에는 레닌의 가계가 러시아·독일·스웨덴계 조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기록돼 있다. 그동안 레닌이 유대계 핏줄이란 주장은 끊이지 않았으나 뚜렷한 증거는 없었다. 러시아는 레닌이 유대계 혈통이란 사실 자체가 그의 명성에 오점이 될만큼 전통적으로 반유대주의 정서가 강하다.

레닌의 누나인 안나 울리아노바는 1932년 스탈린에게 자신의 외할아버지가 우크라이나 유대인 출신으로 러시아정교로 개종했음을 밝히는 편지를 썼다. “그(외할아버지)는 가난한 유대인 집안 출신으로, 세례 증명서에 따르면 모지스 블랑크의 아들입니다. 블라디미르 일리치는 항상 유대인을 대단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나조차도 의심스러웠던 우리 집안의 기원이 그가 살아있을 동안에 알려지지 않아 대단히 유감입니다.”

제정 러시아 시절 차르 체제는 유대인들이 정착구역 안에서만 살도록 격리하고 철저히 차별했다. 레온 트로츠키를 비롯해 많은 유대인들이 반유대주의에 맞서 볼셰비키 혁명에 동참했던 한 이유다. 그러나 레닌은 자신을 순혈 러시아인으로 여겼으며, 1901년 시베리아 유형 시절에 레닌이란 가명을 쓰기 시작했다.

러시아 유대인들에게도 반짝 봄날은 있었다. 볼셰비키 혁명이 성공한 이후 레닌 치세에서다. 그러나 스탈린은 1929년 집권한 직후 공산당 내 유대인 숙청작업을 시작으로, 러시아 유대인을 중국 쪽 변방으로 강제이주시키는 반유대주의 정책을 재개했다.

안나는 스탈린에게 쓴 편지에서 “최근 공산주의자들에서조차 반유대주의가 다시 기승을 부린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대중들에게 그런 사실을 감추는 것은 잘못”이라며, 오빠의 유대계 혈통을 활용해 반유대주의에 맞서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스탈린은 되레 안나에게 “철저히 입을 다물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레닌은 1922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스탈린에게 자신을 독살시켜 달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1922년 어느날, 레닌의 막내 여동생 마리아는 일기에 “오빠가 이런 요청을 완수할 사람으로 스탈린을 지목한 건 우연이 아니다. 오빠는 스탈린 동지가 확고한 볼셰비키이자 어떠한 감성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른 누가 감히 레닌의 목숨을 거두겠는가”라고 썼다. 당시 스탈린은 레닌의 간청(?)을 들어주려 했으나, 공산당 정치국원들이 만류했다고 한다. 스탈린에게 숙청당한 트로츠키는 회고록에서 레닌이 스탈린에게 독살당했다고 주장했다.


레닌의 묘역이 가까운 붉은광장의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7월3일까지 계속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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