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 소행 추정
한국인 선장과 선원 4명이 탄 싱가포르 화학제품 운반선이 지난 30일(현지시각) 케냐 인근 해역에서 소말리아 해적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에게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소재 선박업체 ‘글로리 십 매니지먼트’는 30일 아침 7시30분께 케냐 해역을 지나던 화학물질 운반선 ‘엠티(MT) 제미니호’에 해적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1일 밝혔다. 이 배에는 선장과 선원 등 한국인 4명과 인도네시아인 13명, 미얀마인 3명, 중국인 5명 등 모두 25명이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배는 야자유 2만8000t을 싣고 인도네시아를 떠나 케냐 몸바사로 향하던 중이었다. 선박 소유사는 납치된 선박이 현재 소말리아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괴한들이 몸값을 요구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선박 소유사는 “선원들의 석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모든 유관기관으로부터 선박의 상황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통보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1일 한진해운 소속 컨테이너선 한진톈진호가 인도양에서 납치 위기에 놓였다가 시타델(긴급 피난처) 덕분에 극적으로 구출된 지 불과 9일 만에 벌어졌다. 하지만 정부는 납치된 선박이 국내 선적이 아니어서 싱가포르 쪽의 대응을 지켜보는 것 외에 당장 뾰족한 수가 없어 난감한 처지다.
외교통상부는 일단 비상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상황 파악과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섰다. 외교부 관계자는 “싱가포르 정부와 접촉해 선원들의 안전한 구출을 위해 협의하고 있다”며 “본부 재외동포영사국에 사건대책본부, 주싱가포르 대사관과 주케냐 대사관에 현지 대책반을 꾸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사가 싱가포르 소속이기 때문에 싱가포르가 협상을 주도할 것”이라며 “싱가포르 정부에 신속하고 안전한 선원 구출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해적과의 몸값 협상이 선사의 재정상태 등에 따라 수개월이 걸렸던 점을 고려할 때 언제 풀려날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정애 손원제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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