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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우주왕복선…나사의 꿈은 계속된다

등록 2011-05-01 20:16수정 2011-05-02 10:58

미국 우주왕복선 주요 기록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내달 애틀랜티스 끝으로 ‘재사용 궤도선’ 비행 끝나
천문학 비용 부담 퇴역…다른 우주프로젝트는 계속
미 인데버호 곧 발사

지난 29일 오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 발사대에 서 있던 우주왕복선 인데버호가 최종 카운트다운 3시간여를 앞두고 갑자기 발사가 연기됐다. 유압식 조타장치의 냉각을 방지하는 히터에서 이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우주왕복선 발사를 지켜보기 위해 케네디 우주센터를 찾았으나, 마크 켈리 선장을 비롯한 우주비행사들을 격려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나사는 인데버호의 히터 결함이 수리되는 대로 가능한 다시 발사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인데버호는 이번이 마지막 비행이다. 미국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도 인데버호에 이어 다음달 28일로 예정된 애틀랜티스호 발사를 끝으로 폐지된다.

1981년 컬럼비아호의 첫 발사 이래 30년을 이어온 우주왕복선 시대의 폐막은 미국 우주개발 역사의 한 장이 넘어가는 것을 뜻한다. 기존의 우주선 운반체인 다단계 로켓은 비행 과정에서 연료통이자 추진체인 몸통을 차례로 분리해 버리고 승무원 캡슐만 귀환하는 일회용이었다. 반면 우주왕복선은 궤도선 자체에 로켓엔진을 장착했으며, 외부에 탈부착하는 로켓부스터와 연료탱크만 교체하면 최대 100차례나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신개념 우주선이다.

우주왕복선은 인류를 최초로 달에 착륙시킨 1960년대 아폴로 계획에 이어 미국이 우주 경쟁에서 소련을 제치고 우위를 확인한 자존심이기도 했다. 첫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발사된 1981년 4월12일이 꼭 20년 전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우주 공간을 비행한 날짜와 일치하는 것이 우연만은 아니다.

우주왕복선 30년 역사는 나사의 영욕의 기록이기도 하다. 총 5대의 우주왕복선이 134회에 걸쳐 800여명의 우주비행사를 실어 날랐다. 총 비행거리는 8억4170만㎞. 지구와 달을 1108차례나 왕복한 거리다. 그동안 국제우주정거장을 건설했고, 우주 공간에서의 수많은 첨단 과학실험을 지원했으며, 허블 우주망원경을 비롯해 100여개의 인공위성을 우주 궤도에 띄웠다.

안타까운 참사도 겪었다. 1986년 1월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공중폭발해 7명의 우주비행사가 숨졌다. 2003년 1월에는 귀환하던 컬럼비아호가 지구대기권 진입 중 단열타일 손상으로 엄청난 마찰열을 이기지 못하고 우주비행사 7명과 함께 산화했다.


나사는 지금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나사의 유인 우주탐사 프로그램을 민간업체들의 상업적 우주여행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고 있다. 나사는 지금의 우주왕복선을 대체할 간편하고 저렴한 차세대 유인우주선을 2016년에 처음 발사한다는 목표로 ‘오리온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그때까지 나사의 우주비행사들은 러시아의 소유스 로켓을 승선료를 내고 얻어타야 한다. 예산이 깎이면서 2020년까지 달에 유인 우주기지를 만든다는 ‘아레스 계획’은 취소됐다. 비용이 많이 드는 우주생명체 탐사 계획도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사실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폐지는 2004년 조지 부시 정부 때 결정됐다. 2008년 최악의 금융위기와 재정난은 우주왕복선 시대의 종막을 재촉했다. 그러나 ‘우주수송시스템’(STS)으로 명명된 유인우주선 프로그램은 나사가 현재 진행중인 120여개의 우주 탐사 프로젝트의 하나일 뿐이다. 문제는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 부담과 정치적 고려 때문이라는 것. 지난달 미국 우주과학전문지 <스페이스닷컴>은 우주왕복선의 1회 발사 비용이 평균 15억달러(1조6000억원), 누적비용 총액은 1965억달러(약 210조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지금 나사에서 예전의 활기찬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에만 20명의 우주비행사가 제 앞길을 찾아 나사를 떠났다. 나사의 우주비행사는 2000년 당시 최고 150명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61명만 남아 있다. 민간 우주관광업체에 취직한 전 우주비행사 르로이 치아오는 최근 <뉴욕 타임스>에 “(나사의) 사기가 많이 낮다. 지금은 엄청난 불확실성의 시기다”라고 말했다.

우주왕복선 제조사인 록히드마틴과 보잉이 공동설립한 우주비행업체 유에스에이(United Space Alliance)도 지난달 15일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에 종사해온 노동자 5600명 중 절반인 2800여명을 이르면 7월 말께 해고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나사는 이들의 관련 분야 전직과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주선하고 있다.

나사의 전성기는 이렇게 저무는 걸까. 그건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나사는 유인 우주 프로그램 말고도 수많은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나사 조직원들의 자긍심과 열망은 지금도 별처럼 빛난다는 점이다. 나사의 우주비행사실 책임자인 여성 우주인 페기 휫슨은 지난달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사는 과거에도 지금 같은 난관을 돌파해왔다”며 “장애를 극복하고 우주 탐사를 계속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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