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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노동자 연쇄자살에 ‘자살 않겠다’ 서약 강요

등록 2011-05-01 15:39

애플 하청업체 중국 폭스콘사
98시간 초과근무 등 인권유린
 전세계 사람들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열광하고 있는 동안, 중국 노동자들은 밀려드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과도한 노동과 군대식 통제에 시달리며 ‘자살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쓰도록 강요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내용은 비정부기구(NGO) ‘다국적기업 연구센터’와 ‘불량기업에 맞서는 학생들과 학자들’이 팍스콘의 선전과 청두 일대 공장 노동자들을 면접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었다. 영국 <옵서버>는 30일 보고서 내용을 공개하며, 지난해 ‘노동자 연쇄자살’이 일어난 폭스콘의 중국 공장 노동자들이 여전히 착취받는 암담한 삶에 처해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드러난 인권유린 실태는 참담할 지경이다. 폭스콘 선전·청두 공장의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노동시간은 일상이었다. 중국의 법정 초과근무 시간은 매달 36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청두 공장 등에선 60~80시간씩 초과근무를 하는 게 일상적이었다. 한 노동자의 급여명세서엔 98시간을 더 일했다는 기록도 남아있었다.

 일주일 한 차례 휴무 규정도 예사로 어겨졌다. 아이패드 첫 출시를 앞두고선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13일에 한 번 꼴로 밖에 쉬지 못했다. 작업 중 동료와의 대화가 금지된 것은 물론, 휴식시간 때 잠깐을 제외하고 내내 서서 근무를 해야했다. 일부 공장에선 실적이 좋지 않은 노동자가 앞으로 불려나와 동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 사례도 있었다.

 퇴근 뒤 숙소에서도 비인간적인 대우가 이어졌다. 기숙사 한 방에서 많게는 24명이 함께 숙식을 해야했다. 노동자들은 주전자는 물론 헤어드라이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군대를 방불케 하는 엄격한 규칙에 따라 생활해야 했다. 이 규칙을 어긴 노동자들은 “잘못했다. 다시는 방에서 머리를 말리지 않겠다”는 내용의 반성문을 쓰도록 강요받기도 했다.

 지난해 노동자들의 연쇄자살 이후 도입된 ‘예방책’들은 기가 찰 지경이다. 경영진의 첫 대응은 “사악한 기운을 쫓는다”며 승려를 불러들인 것이었다. 심지어 “유족들에게 막대한 보상금을 남겨주기 위해 자살을 하는 것”이란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후 기숙사 창 밖에 자살방지 그물을 설치하는 한편, 노동자들에게는 자살을 하지 않을 것이며 만일 자살을 하더라도 유가족들이 법적 최소 금액 외에 추가적인 보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를 쓰도록 강요했다. 면접 조사를 실시한 두 단체는 “(폭스콘이) 노동자들을 비인간적으로, 기계 취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폭스콘은 이런 보고서 내용이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며 발끈했다.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법정 근로시간을 어긴 것은 사실이지만, 자원자에 한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또 자살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도 ‘생명을 귀중하게 여기자’는 차원에서 노조가 내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조의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점에 비춰볼 때 군색한 변명이다.

 폭스콘의 원청업체인 애플사의 ‘거리 두기’도 여전했다. 애플사는 공식 성명을 통해 “공급업체들이 최고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충족시키도록 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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