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프 임팩트’ 지구서 1억3400Km 떨어진 우주서 섬광 번쩍
충격때 난 구덩이 통해 물질 분석·우주신비 벗기기 나서 우주 생성 초기의 비밀을 벗기기 위한, 인류 역사상 최초의 ‘우주선과 혜성의 충돌’ 실험이 4일 오후(한국시각) 지구에서 1억3400만㎞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이뤄졌다. 프로젝트를 이끈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이 내린 평가는 ‘대성공’이었다. 과학자들은 충돌 직후 우주 공간에서 보내온 사진 등 각종 자료들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JPL) 대변인 엘런 뷰이프는 “이번 프로젝트는 30일이면 끝나지만 분석 작업은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와이섬 와이키키해변에는 우주에서 벌어지는 이 초유의 장관을 대형 화면을 통해 좀더 생생하게 보려고 몰려든 인파가 1만명을 넘었다. 이들은 마치 공상과학영화를 보는 듯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 독립기념일에 때맞춰 이뤄진 이번 ‘우주쇼’가 우주 생성의 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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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순간 섬광 ‘번쩍’ =4일 무인 우주탐사선 ‘디프 임팩트’호에서 분리된 충돌체(임팩터)가 혜성 ‘템펠Ⅰ’의 표면을 들이받은 시각은 이날 오후 2시57분(한국시각)이었다. 지난 3일 탐사선에서 분리된 지 24시간여 만이다. 무게 370㎏의 세탁기 크기만한 충돌체의 충돌 당시 속도는 초속 10.2㎞였다. 탐사선은 충돌 순간 혜성 아래쪽에서 밝은 섬광이 번쩍이는 사진을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의 제트추진연구소로 전송해왔다. 이번 실험은 지금까지 우주 탐험 사상 우주선이 혜성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것이다. 기술진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며 “우리가 원하는 곳에 (충돌체가) 정확히 명중했다”고 흥분했다. 기자회견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수석 연구원인 마이클 아헌은 지금까지 받은 사진은 전체의 10%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아직 받지 않은 깜짝 놀랄 만한 사진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충돌 이후 혜성의 궤도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지구에 미치는 위험한 영향도 없다고 나사는 밝혔다. 우주비밀 캘 단서 기대 =이번 충돌로 혜성 표면에는 둥근 모양의 큰 구덩이가 생기고, 그 구덩이에서 얼음구름과 먼지, 파편 등이 다량 분출된 것으로 나사 쪽은 추정하고 있다. 구덩이 크기는 집채에서 축구장 사이, 깊이는 2~14층 사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충돌 충격으로 배출된 먼지와 가스 등은 혜성 내부 구성 물질을 알 수 있는 핵심 자료다. 과학자들은 얼어붙은 핵과 ‘코마’로 불리는 구름 형태의 대기, 한두 개의 꼬리 등으로 구성된 혜성의 성분이 46억년 전 태양계 형성 이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구체적인 성분과 구조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산소 동위원소 분석 결과 지구상 물 성분 중 대부분은 외부 혜성의 얼음으로부터 왔고, 오랫동안 지구상에 쏟아진 소행성과 혜성이 복합 유기물 분자를 심어 생물을 탄생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혜성의 원시물질을 연구하면 태양계와 생명의 기원에 관해 많은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를 위해 충돌체의 모선인 ‘디프 임팩트’는 관찰 궤도로 진로를 수정해 우주 관측 장비를 이용해 혜성의 모습을 관측한다. 또 고해상도 장비(HRI)와 중해상도 장비(MRI) 등을 동원해 배출 물질에 대한 탐사작업도 벌인다. 탐사 결과물은 무선안테나를 통해 지구로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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