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큰 동북부 65살이상 30% 육박
‘밥줄’ 원전타격…관련 산업도 충격파
‘밥줄’ 원전타격…관련 산업도 충격파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
일본을 강타한 지진·쓰나미 피해 이후 8일째. 이재민들이 삶의 터전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속속 돌아가고 있지만, 이마카와 구니오(75)는 아내와 함께 미야기현 게센누마의 차가운 대피소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다. 지진과 쓰나미가 모든 걸 쓸어가기 전, 그는 집이 딸린 2층 건물에서 의자 3개를 놓고 이발소를 운영했다. 하지만 재난 이전으로 돌아가자니 “들어갈 비용과 시간 대비 헛수고”란 계산이 나와 마냥 손을 놓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야 ‘다른 살 방법이 있겠거니’ 할 수도 있지만, 난 이제 늙었고 다리도 성치 않다”고 그는 말했다.
지진·쓰나미에 강타당한 일본 동북부 지역이 재건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고 <뉴욕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피해 지역 대부분이 재난 이전부터 고령화로 인한 극심한 경기 쇠퇴를 겪고 있었던데다 특별한 성장동력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피해가 극심했던 미야기현, 후쿠시마현, 이와테현 등은 일본의 다른 지역보다 고령화 진행 정도가 높다. 일본 전체 인구의 20%가 65살인 반면, 게센누마의 경우 그 비율이 27%에 달하는 등 동북부 도시의 고령화 비율은 30%에 육박하고 있다. 이 지역의 주요 산업인 농업과 어업의 사회적 중요성과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쿄·오사카 등 다른 지역으로 빠져 나갔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은퇴 어부, 소규모 자영업자들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 등을 통해 쇠락하는 지역 경제를 지탱해왔다.
특히 지역의 ‘밥줄’ 역할을 했던 원전이 타격을 입은 것도 재건 전망을 어둡게 한다. 이번 지진·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 일부는 사실상 재가동이 불가능하다. 방사성 물질 오염으로 한동안 원전 인근 일부 지역의 접근이 제한될 가능성마저 있다. 이에 따라 다른 원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원전 관련 일자리와 연관 산업들도 줄줄이 타격을 받는 게 불가피해보인다.
쓰나미 등 자연 재해의 경제적 영향을 연구해온 대니얼 알드리히 퍼듀대 교수는 “이처럼 쇠퇴가 진행되던 지역에 (지진·쓰나미 같은) 외부적 충격이 닥칠 경우, 지역사회가 허물어지거나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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