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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리비아 최대부족 ‘반정부’ 가세…‘내전’ 불길 번져

등록 2011-02-22 18:21

차별 받아온 와르팔라·주와야족 등돌려
카다피 지지 부족 등과 ‘살육전’ 가능성
평화적 정권이양 이끌 야당도 없어 ‘혼돈’
42년 철권통치를 해온 무아마르 카다피(69)의 정권 장악력이 급속히 약화되면서 북아프리카의 석유 부국 리비아가 내전과 혼돈의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다.

수도 트리폴리는 정부군과 시위대 간의 유혈 격전장이 되어가고 있다. 카다피 일가가 정권 수호를 위해 ‘옥쇄’할 각오로 나설 경우, 최악의 유혈사태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면 카다피가 국외 탈출한다고 하더라도, 평화적 정권 이양을 담당할 정상적인 정치기구가 존재하지 않아 카다피 없는 리비아의 장래 역시 극히 불투명하다. 카이로 소재 아메리칸대의 리비아 전문가 리사 앤드슨 교수는 <에이피>(AP) 통신에 “튀니지와 이집트와 달리 리비아에선 정권 붕괴가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21일(현지시각) 말했다. 리비아의 비극이다.

1969년 쿠데타 집권 이후 리비아식 인민민주주의에 해당하는 ‘자마히리아’로 불리는 독특한 통치 방식 탓에 리비아엔 국민들이 결집할 수 있는 야당이나 시민사회 단체 하나 변변한 게 없다. 또 해외 망명 야당인사들이나 반정부 인사들도 세력이 미미하고 지리멸렬한 상태로,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이번 시위에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카다피 이후 각 부족들이 서로 권력과 지배적 위치를 점하기 위해 경쟁에 나서는, 상당한 정치적 긴장과 혼돈이 예상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부족 문제는 리비아에서 ‘화약고’다. 이는 카다피의 분리 통치술에 기인한다는 것이 미국 정보 분석기관 <스트랫포>의 지적이다. 카다피는 집권 초기 부족 정치 청산을 주장하며 국가 통합에 매진했으나, 통치 10년이 지나면서부터는 정권에 대한 도전을 차단하기 위해 부족 간 갈등을 오히려 이용하는 분리통치 정책을 써왔다. 예를 들어 체제 도전을 막기 위해 군 계급도 부족별로 제한을 두는 등 권력 주변을 자신의 가족들과 출신 부족 등 몇몇 부족으로 제한했다는 것이다. 이는 쿠데타 이후 자신을 지지했던 많은 부족들을 소외시키는 결과가 됐다.

로커비 폭파사건에서 리비아 쪽 변호인으로 활동했던 런던 거주 알제리계 변호사 사드 제바르는 “카다피는 자기 출신 부족과 지지 부족들에게 가능한 많은 자금과 무기를 제공할 것”이라며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면 대규모 살육전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카다피가 부족 카드를 쓰게 될 경우, 리비아는 또다른 소말리아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유엔 차원에서 지난 1991년 이라크의 쿠르드족 침공을 막기 위해 설치했던 ‘비행금지 구역’ 설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비아 관련 저술가로 활동해온 필립 맥클럼도 “카다피는 궁지에 몰린 동물이 되어 있다”며 무자비하게 반대자들을 탄압했던 전력에 비춰볼 때 더 많은 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비아 최대 부족인 와르팔라 부족과 주위이야 부족은 이미 반정부 대열에 합류했다. 와르팔라 부족은 1993년 이 부족 출신 장교단의 쿠데타 기도를 지지했던 적이 있어 군 내에서도 많은 차별을 받아왔다. 동부 지역의 주위이야족은 유혈 진압을 중지하지 않을 경우 리비아 석유 산업의 중심 도시인 벵가지를 통한 원유 수출을 막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카다피는 지난 20일 주요 부족장들을 만나 지지 확보에 나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카다피는 주요 부족들 가운데 자신의 출신부족인 가다파 부족 외에 마가리하 부족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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