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해양석유
‘유노칼 파격인수’ 제안
PC·가전 이어
에너지 까지 기업사냥
“경제·안보 위기”
경계속 정치쟁점화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미국 사냥’이 미국 정치권과 월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차이나 달러’의 손길이 미국 컴퓨터와 가전은 물론 에너지 산업에까지 미치자, 의회 일각에서 ‘국가안보 문제’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중국 3위 국영 석유업체인 중국해양석유(CNOOC)는 지난 23일 미 8위 석유업체인 유노칼을 185억달러(주당 67달러)에 현금지급 조건으로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지난 4월 우선협상에서 167억달러에 유노칼을 인수하기로 합의한 미국 2위의 석유회사 쉐브론텍사코로서는 뜻밖의 강력한 경쟁자를 만난 셈이다. 쉐브론은 이달 초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로부터 인수 승인까지 받은 상태다. 중국해양석유는 쉐브론에 물어야 할 위약금 5억달러와 유노칼의 부채 16억달러를 떠안는 한편, 직원 6500명의 고용을 보장하고, 현 임원들에게 경영을 맡기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유노칼 인수는 중국으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외기업 인수합병(M&A) 사례다. 푸청 위 중국해양석유 회장은 “우리의 제안이 유노칼 주주들에게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유노칼도 중국의 제안을 “우호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월가에선 중국해양석유의 유노칼 인수 여력과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다. 무디스는 23일 “인수에 필요한 막대한 현금과 부채 부담”을 들어, 해양석유의 모회사와 계열사의 장기신용등급을 하향조정 가능성이 있는 ‘감시대상’으로 분류했다. 해양석유는 인수자금을 보유현금 30억달러, 골드만삭스-제이피모건의 대출중개 30억달러, 중국공상은행 대출 60억달러, 모회사 제공 후순위채 45억달러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도이치방크증권의 분석가 폴 샌키는 “인수비용을 치르면 해양석유의 부채비율은 280%로 치솟는다”며 “무모한 시도”라고 말했다. 미 정치권의 반응은 심각하다. 무엇보다 중국 국영기업이 미 경제와 안보의 핵심인 에너지 산업에 진출한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중국 레노보의 아이비엠 피시 부문 인수를 시작으로 최근 하이얼의 미 3위 가전사 메이텍 인수 참여까지, 중국 기업의 공격적인 ‘미국 사냥’에 대한 경계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비비시방송>은 “최근 차이나 달러의 미국행은 10여년 전 일본 기업들의 미국기업 인수합병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의회가 초당적인 검토를 하고 있으며, 부시 행정부의 철저한 심사를 촉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원 자문위원회 의장인 리차드 폼보 의원(공화)은 중국의 유노칼 인수는 미 경제와 안보에 “재앙적인 결과”를 부를 것이라며, 외국투자위원회가 즉각 조사를 벌일 것을 촉구했다. 외국인투자위는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의 자산 매입을 검토·승인할 목적으로 1998년 설립된 관계 부처간 패널이다. 폼보 의원은 “중국의 입찰이 시장원리에 입각한 것인지, 에너지 안보 이해관계에 따른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쉐브론의 피터 로버슨 부회장도 “중국기업의 유노칼 인수는 많은 가스와 석유를 아시아로 유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이는 분명히 정치적 문제”라고 거들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유노칼 파격인수’ 제안
PC·가전 이어
에너지 까지 기업사냥
“경제·안보 위기”
경계속 정치쟁점화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미국 사냥’이 미국 정치권과 월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차이나 달러’의 손길이 미국 컴퓨터와 가전은 물론 에너지 산업에까지 미치자, 의회 일각에서 ‘국가안보 문제’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중국 3위 국영 석유업체인 중국해양석유(CNOOC)는 지난 23일 미 8위 석유업체인 유노칼을 185억달러(주당 67달러)에 현금지급 조건으로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지난 4월 우선협상에서 167억달러에 유노칼을 인수하기로 합의한 미국 2위의 석유회사 쉐브론텍사코로서는 뜻밖의 강력한 경쟁자를 만난 셈이다. 쉐브론은 이달 초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로부터 인수 승인까지 받은 상태다. 중국해양석유는 쉐브론에 물어야 할 위약금 5억달러와 유노칼의 부채 16억달러를 떠안는 한편, 직원 6500명의 고용을 보장하고, 현 임원들에게 경영을 맡기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유노칼 인수는 중국으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외기업 인수합병(M&A) 사례다. 푸청 위 중국해양석유 회장은 “우리의 제안이 유노칼 주주들에게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유노칼도 중국의 제안을 “우호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월가에선 중국해양석유의 유노칼 인수 여력과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다. 무디스는 23일 “인수에 필요한 막대한 현금과 부채 부담”을 들어, 해양석유의 모회사와 계열사의 장기신용등급을 하향조정 가능성이 있는 ‘감시대상’으로 분류했다. 해양석유는 인수자금을 보유현금 30억달러, 골드만삭스-제이피모건의 대출중개 30억달러, 중국공상은행 대출 60억달러, 모회사 제공 후순위채 45억달러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도이치방크증권의 분석가 폴 샌키는 “인수비용을 치르면 해양석유의 부채비율은 280%로 치솟는다”며 “무모한 시도”라고 말했다. 미 정치권의 반응은 심각하다. 무엇보다 중국 국영기업이 미 경제와 안보의 핵심인 에너지 산업에 진출한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중국 레노보의 아이비엠 피시 부문 인수를 시작으로 최근 하이얼의 미 3위 가전사 메이텍 인수 참여까지, 중국 기업의 공격적인 ‘미국 사냥’에 대한 경계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비비시방송>은 “최근 차이나 달러의 미국행은 10여년 전 일본 기업들의 미국기업 인수합병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의회가 초당적인 검토를 하고 있으며, 부시 행정부의 철저한 심사를 촉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원 자문위원회 의장인 리차드 폼보 의원(공화)은 중국의 유노칼 인수는 미 경제와 안보에 “재앙적인 결과”를 부를 것이라며, 외국투자위원회가 즉각 조사를 벌일 것을 촉구했다. 외국인투자위는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의 자산 매입을 검토·승인할 목적으로 1998년 설립된 관계 부처간 패널이다. 폼보 의원은 “중국의 입찰이 시장원리에 입각한 것인지, 에너지 안보 이해관계에 따른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쉐브론의 피터 로버슨 부회장도 “중국기업의 유노칼 인수는 많은 가스와 석유를 아시아로 유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이는 분명히 정치적 문제”라고 거들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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