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단체 “미·중 등 규제완화 노린 의정서 추진”
“한국도 협약 무시” 무기 금지협약 저항국으로 꼽혀
“한국도 협약 무시” 무기 금지협약 저항국으로 꼽혀
미국·중국·러시아·이스라엘·한국 등이 지난 8월 발효된 집속탄 사용금지 협약의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가 22일 비난했다. 비인도적 무기로 비난받는 집속탄을 대량보유하거나 생산하면서 국제협약에 서명하지 않은 국가들이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유럽본부에서 국제협약의 장기적 비전을 담은 ‘집속탄 협약을 통한 민간인 보호’라는 224쪽짜리 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이들 국가는 2008년 12월 오슬로에서 국제협약이 채택된 이래 협약에 저항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개의 모탄 속에 테니스공만한 수십 내지 수백개의 자탄이 들어 있는 집속탄은 불발률이 높은 자탄들이 전투가 끝나고 수년 뒤에도 대인지뢰처럼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입혀 대표적인 비인도적 무기로 꼽힌다. 1960년대 미국이 베트남에서 사용한 이래 이들 불발탄으로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서 수천명이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됐다.
이런 집속탄의 사용, 생산, 비축 및 이전을 금지하고 잔여분의 제거 및 비축분의 파기를 약속한 국제협약엔 지금까지 106개국이 서명했고, 지난 8월1일 46개국이 비준을 마쳐 정식발효됐다. 46개 비준국은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1차 당사국회의를 열고 66개항의 구체적 행동 계획을 포함한 ‘비엔티안 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그러나 ‘저항국’은 ‘군사적 필요’와 ‘인도적 우려’라는 문제점 사이의 균형을 찾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전면적 금지와는 거리가 먼 집속탄의 규제를 담은 별도의 의정서 채택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휴먼라이츠워치는 지적했다. 이들이 주도해 만든 초안에는 집속탄의 사용, 생산, 비축 및 이전을 제한적으로 금지하고, 불발률 1% 이하의 집속탄은 예외로 두고 전면적인 금지까지 10년간의 과도기를 갖자는 조항 등이 포함됐다. 특히 지난해 기준으로 약 8억개의 집속탄을 보유한 최대보유국인 미국은 국내 입법을 통해 미국의 집속탄 금지 시기를 2018년으로 잡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아직 집속탄 보유 통계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번 보고서 작성 책임자인 휴먼라이츠워치의 보니 도처티 선임연구원은 “가능한 한 빨리 완전한 집속탄 금지가 필요하다”며 “집속탄이 많은 민간인을 죽이거나 불구로 만드는 사실에 공감하는 모든 나라는 비효율적인 미봉책을 쓰기보다 전면금지협약 대열에 즉각 합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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