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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가짜 탈레반’에 속은 아프간 연합군

등록 2010-11-23 20:41수정 2010-11-24 09:38

종전협상 나선 탈레반 대표 금품 노린 ‘사기범’으로 결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연합군과 아프가니스탄 당국이 탈레반과의 협상 과정에서 ‘가짜 탈레반’에게 돈만 뜯긴 채 사기를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서방 연합군은 아프간전쟁 출구전략 차원에서 최근 수개월 사이 탈레반 고위지도자와 비밀 평화협상을 벌여왔으나,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았던 인물이 가짜 탈레반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 온라인판이 22일 보도했다.

연합군은 탈레반 2인자 뮬라 아크타르 만수르를 자처한 인물과 세 차례나 협상을 벌였으며, 이 가짜 탈레반은 나토군이 제공한 비행기로 파키스탄에서 아프간 수도 카불로 날아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까지 면담한 적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인물이 가짜 탈레반일 수 있다는 의심은 최근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서 있었던 세번째 협상이 끝난 뒤 처음 제기됐다. 만수르를 만난 적이 있는 한 사람이 아프간 관리에게 “그 사람이 만수르와 닮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다. 서방 외교관들은 가짜 탈레반이 협상에 계속 참여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돈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문제의 인물이 단순히 금품을 노린 사기범이란 주장과 연합군을 농락한 실제 탈레반 요원이란 관측이 엇갈린다. 아프간의 담당 관리는‘가짜 탈레반’같다는 귀띔을 받고도 그 인물이 다시 협상장에 나타날 것이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지만, 미국과 서방 관리들은 이미 문제의 인물이 실제 만수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상태라고 신문은 전했다.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미국과 아프간 당국은 탈레반과의 막후협상에 상당한 희망을 걸고 있었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간 주둔 미군사령관은 탈레반 지도부가 협상에 참여한 것은 미군이 이끄는 연합군의 공세에 극도의 압박을 받아 종전 협상에 나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기극 의혹 사건으로 탈레반에 대한 연합군의 회유와 협상전략도 전반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연합군 지휘부는 진짜 탈레반의 지도부가 파키스탄 정부의 보호 아래 파키스탄 산악지대에 은신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중 나토 또는 아프간 당국과 개별접촉을 가진 인물은 아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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