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폭로 후폭풍 거세
인권단체 “심각한 국제법 위반”
인권단체 “심각한 국제법 위반”
내부고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미국의 이라크 전쟁 관련 문서 39만여건을 폭로한 후폭풍이 거세다.
이라크 주둔 미군의 과잉대응과 오인사격으로 민간인 680여명이 숨졌을 뿐 아니라, 미군이 이라크정부군의 민간인 사살과 포로 고문·학대행위를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은폐한 사실이 적나라하게 폭로되자, 국제사회는 큰 충격 속에 미국 정부의 답변을 촉구하고 나섰다. 자국군이 연루된 파병국가들도 진상조사를 다짐했다.
영국의 닉 클레그 부총리는 24일 <비비시>(BBC) 방송 인터뷰에서 “유출된 문건의 내용은 읽기에 고통스러울 정도로 심각하다. 미국 행정부가 직접 답변을 내놓고 싶어할 것으로 본다”며, 미국의 자체 진상조사와 입장 천명을 압박했다. 그는 또 영국군의 개입 사례에 대한 조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교전수칙 위반이 묵인됐다는 것은 대단히 심각하며,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일간 <가디언>은 22일 위키리크스의 폭로 문건들을 미리 입수해 영국군의 가혹행위 가담 사례 2건을 보도했다.
유엔 고문 특별보고관인 만프레트 노바크는 23일 “위키리크스의 미군 관련 폭로 내용이 ‘고문방지에 관한 유엔협약’을 명백하게 위반했음을 지적하고 있다면, 오바마 정부는 이를 조사할 법적·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 국방부 대변인은 고문이 자행될 우려가 있음에도 당시 자국군이 포로 62명을 이라크 당국에 넘겼다는 문건 내용과 관련해, <아에프페>(AFP) 통신에 “해당 문건을 직접 보고 우리가 가진 정보와 비교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휴먼라이츠워치,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도 일제히 “이라크 파병 연합군의 인권침해 묵인·방조는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이라크 당국은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다. 내무부 차관인 후세인 카말 중장은 위키리크스 폭로 직후 “이번 문제에 눈감지 않을 것이며, 범죄에 책임 있는 자들은 모두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 국방부는 위키리크스 폭로가 파병 군인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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