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발트3국에 CFE 가입 촉구…데탕트에 양국 ‘주고받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22일 이란에 대해 첨단 대공 미사일인 에스-300(S-300) 시스템을 포함한 중무기 판매를 금지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같은 날 이보 달더 나토 주재 미국대사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에 대해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 가입을 재차 촉구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주고받은’ 결과라 할 수 있다.
러시아의 대 이란 무기 판매 중단은 지난 6월 유엔 안보리의 제4차 대이란 제재결의안(1929호)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지난달 러시아가 미국 쪽의 이란 부셰르 원전 가동 연기 협조를 거부하고 연료주입을 실시함으로써 러시아의 대이란 제재 참여가 관심대상이 돼 왔다. 미국은 이란이 에스-300 미사일을 도입할 경우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이 매우 어려워질 것을우려해 왔기에, 이번 러시아의 조처는 미국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은 대서양 연안국에서 러시아의 우랄산맥 사이에 탱크, 헬리콥터, 전투기 등 재래식 무기의 규모와 배치를 제한해, 나토군과 러시아군 사이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유럽의 군사안보·군축조약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발트해로 나가는 길목을 가로막고 있는 발트3국이 나토 가맹 이후에도 유럽재래식무기감축조약에 가입하지 않는 데 대해 러시아는 계속 불만을 표시해 왔다.
미러의 이런 움직임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관계가 갈등에서 협력관계로 재정립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아프간전과 이란 문제 때문에 러시아의 협조가 필요하고, 러시아 역시 산업현대화를 위해 미국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양국의 데탕트는 장기적이라기보다는, 단기적 현안에 대한 양국의 필요에 따라 협력관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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