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왼쪽)이 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에서 정부 당국의 사전허가 없이는 이란과의 금융거래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이란 제재조처를 발표한 뒤 김재신 차관보와 이야기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독일 소재 유럽-이란 무역은행
미 금융시스템 접근 불허 조처
미 금융시스템 접근 불허 조처
미국 재무부는 7일(현지시각) 이란의 대량파괴무기(WMD) 거래 지원 혐의를 들어 독일 은행으로 허가받은 이란계 은행에 대해 미 금융시스템 접근 불허 등 강력한 제재조처를 발표했다.
재무부는 이날 독일 함부르크 소재 이란 멜라트은행의 자회사인 ‘유럽-이란 무역은행’(EIH)이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의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미사일 수출기업인 이란전자산업(IEI)과 무기수출업자 사이의 35만달러 거래를 돕는 등 2007~2009년까지 4차례 이란제재법을 위반했다며, 이 은행을 금융제재 대상 명단에 추가했다. 이로써 유럽-이란은행은 지난 7월 발표된 미국의 이란독자제재법에 따른 첫 제재 대상이 됐고, 17번째로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란계 은행이 됐다.
유럽-이란은행은 앞으로 미 금융시스템에 대한 접근과 거래가 금지되는 제재를 받게 돼 사실상 국제금융기관들과 거래할 수 없게 된다. 또 미국 금융기관의 유럽-이란은행과의 거래가 불법화되고 유럽-이란은행을 이용하는 업체들의 거래 역시 불법화된다.
지난 1971년 함부르크에 설립돼 독일중앙은행의 감독을 받아온 유럽-이란은행은, 독일에 등록된 4개 이란계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유엔과 미국의 제재 대상에서 빠져 있어 이란의 국제제재를 회피하는 유럽내 주요 거래창구로 지목돼 왔다. 멜라트은행과 이 은행의 알리 디반다리 행장은 지난해 11월부터 미 재무부의 독자적인 금융제재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한편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날 독일 정부가 미 재무부의 요구로 지난 7월부터 유럽-이란은행에 대해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전해, 미 재무부의 이번 발표는 독일 정부의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발표된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에서 금융제재를 총괄하는 스튜어트 레비 차관은 “유럽-이란은행은 유럽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이란의 몇 안 되는 금융기관 중의 하나로, 이란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거래를 도왔다”며 “이 은행은 그동안 이란의 핵심적인 자금줄이었다”고 지적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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