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넌
존 레넌이 쓴 무명가수 격려편지
유실 뒤 발견…39년만에 공개
유실 뒤 발견…39년만에 공개
전설적인 팝그룹 비틀스의 존 레넌이 무명의 한 가수에게 직접 쓴 격려 편지가 39년만에 처음으로 공개됐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6일 보도했다.
1971년 당시 21살의 싱어송라이터인 스티브 틸스턴은 한 음악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성공과 부유함이 음악적 재능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털어놨다. 예술적 순정이 넘치는 인터뷰를 감명깊게 본 서른 살의 레넌은 9살 아래인 후배 음악인을 격려하는 편지를 쓴 뒤, 아내인 오노 요코와 함께 서명해 그 잡지사로 보냈다.
“부유해지는 것이 당신의 우려하는 것처럼 당신의 경험까지 바꾸진 않는답니다. 유일한 변화는 돈, 먹을거리, 집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일 뿐, 감정이나 인간관계 등 다른 모든 경험들은 똑같지요. 나와 요코도 풍요와 가난을 모두 맛보았는데, 어떤가요? 사랑을 담아, 존과 요코.”
그러나 레넌의 정감어린 편지는 틸스턴에게 전달되지 않은 채 어디론가 사라졌고 잡지사도 얼마 뒤 문을 닫았다. 이 편지의 존재는 34년만인 2005년에 한 미국인 수집가가 틸스턴에게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접촉해오면서 처음으로 알려졌다. 틸스턴은 누군가가 그 편지를 자신에게 전달하지 않고 팔아넘긴 것으로 추정했다. 여전히 미국인 수집가가 소장하고 있는 이 편지의 가치는 현재 7000파운드(약 13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오노 요코(77)도 레넌이 편지를 쓰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했다. “그 편지는 레넌이 다른 음악인에게 쓴 아주 특별한 것이었어요. 레넌은 설교하려 들지 않았고, 그래서 필체도 기묘하고 예술적으로 썼지요. 이토록 오랜 세월이 흘러 이 편지를 보니 기뻐요.”
올해 60살이 된 틸스턴은 “(당시 인터뷰에서) 꿈을 넘어서는 탐욕 수준의 부유함이 창작활동에 미칠 해로운 영향을 얘기했던 것”이라며 “애석하게도 레넌의 이론을 직접 검증해 볼 수는 없었지만, 레넌은 나를 올바르게 잡아주었다”고 말했다. 틸스턴은 지금까지 스무 장이 넘는 앨범을 냈으며, 다음달에 음악인생 40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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