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업무 대행 ‘난립’
의존도 큰 미국 반발
의존도 큰 미국 반발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올해 안에 아프간에서 모든 사설경비업체들의 활동을 중단시키켔다고 밝히면서, 아프간 주둔 연합군의 작전과 치안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와히드 오메르 아프간 대통령실 대변인은 16일,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올해 말까지 모든 민간경비업체들의 해체를 명령하는 포고령에 곧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미국과 나토군은 아프간 정부의 방침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치안 불안에 대한 우려와 카르자이의 진의에 대한 의구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다른 치안 대책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넉 달 밖에 남지 않은 시한 안에 사설경비업체의 전면적인 해체가 실제로 가능할 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아프간에선 사설경비업체들이 나토군의 군수품 수송, 정부 및 군 시설물 경비, 중요인물 보호 등 핵심적인 치안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외국계를 포함해 현재 정부에 등록된 사설경비업체만 52곳에 피고용자는 2만4000여명에 이른다. 수도 없이 난립한 미등록 업체들의 규모는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다수 업체들은 제대로 된 군사훈련이나 교전수칙 교육도 하지 않은 채 무모한 과잉대응을 일삼거나, 심지어 나토 군수품 차량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 탈레반에게 뇌물을 주거나 군사정보를 빼돌리는 사례까지 잇따르면서 큰 논란이 돼왔다. 뿐만 아니라 몇몇 업체들은 수천명의 민간인 무장대원을 거느린 준군사조직으로까지 비대화하면서 아프간 지방정부의 통제를 넘어서고 있다. 와히드 오마르 아프간 대통령실 대변인은 “그들은 정부와 맞먹는 조직이며, 곧 해체될 것”이라고 밝혀지만, 이들 업체의 해체 방식과 치안업무 대체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16일, 아프간 주둔 나토군과 미국이 카르자이의 방침을 조심스럽게 인정하면서도, 실현 여부는 아프간 정부 군경의 치안대체 능력에 달려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사설경비업체 의존도가 높은 미국에선 아프간 정부의 ‘일방적 조처’에 대한 반발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필립 크라울리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아프간 정부와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지만, 아직은 사설보안업체가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카르자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것”이란 가시 돋친 논평을 덧붙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2011년 7월부터 아프간 철군을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아프간 주둔 미군의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사령관은 지난 15일 미국 언론들과의 잇따른 인터뷰에서 “2011년 아프간 철군 시한은 전황 평가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며 철군 연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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