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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베트남-미국 경제·군사 협력 급진전

등록 2005-06-19 17:18수정 2005-06-19 17:18

미국과 베트남은 19일 카이 베트남 총리의 첫 미국 방문이 양국 관계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94년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무역제재를 해제한 뒤 베트남 거리에 내걸린 두 나라 국기. <한겨레> 자료사진.
미국과 베트남은 19일 카이 베트남 총리의 첫 미국 방문이 양국 관계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94년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무역제재를 해제한 뒤 베트남 거리에 내걸린 두 나라 국기. <한겨레> 자료사진.


“중국 남진 견제하자” 이해관계 접근

베트남총리 종전뒤 첫 방미

종전 30년, 수교 10년만에 판 반 카이(72) 베트남 총리가 19일 역사적인 미국 방문길에 나섰다. 2000년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대한 답방이자 종전 이후 베트남 정상의 첫 미국행이다. 카이 총리는 오는 21일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을 비롯해 6박7일 동안 워싱턴과 뉴욕에서 주요 정계, 경제계 인사들을 두루 만날 예정이다. 정상 회담에서는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양국의 정치·군사적 협력 강화 △베트남의 종교자유 및 민주주의 확대 등이 주된 의제가 될 전망이다.

‘중국 견제’ 공통의 이해=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는 불과 한 세대 만에 경제군사적 ‘동맹’을 거론할 정도로 급진전했다. 두 나라는 외교 관계자들은 오는 21일 예정된 카이 총리와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은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역사적 전기”라며 한 목소리로 ‘우의’를 과시하고 있다. 미국은 94년 베트남에 대한 무역제재를 해제하고 이듬해 국교를 정상화했다. 2000년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미국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베트남을 공식 방문했고, 같은 해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2003년에는 두 나라 국방장관의 상호 방문이 이뤄졌고 종전 후 처음으로 미 해군함정이 베트남에 기항했다. 두 나라의 급속한 정치군사적 관계 개선은 ‘중국 견제’라는 공통 분모가 크게 작용했다.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미국과 79년 중국과 전쟁을 치른 바 있는 베트남 둘 다 중국의 ‘남진’에 대처해야 하는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다. 카이 총리는 방미에 앞서 현지 언론과 회견에서 “미국과 포괄적인 협력 관계를 강화한다는 게 베트남 견해”라며 “(미국과 협력이)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베트남, 세계무역기구 가입 총력전= 아시아권에서 중국 다음으로 가장 역동적인 베트남 경제에서 미국은 이미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국교 정상화 10년 만에 미국은 베트남의 최대 교역국이 됐다. 특히 지난해 베트남의 대미 수출액은 51억달러(전체 교역규모 64억달러)로, 미국과 교역에서 최대 흑자를 내고 있다. 카이 총리 방미의 최대 목표도 ‘경제 협력 강화’다. 구엔 다이 니엔 베트남 외무장관은 “총리의 방미는 양국관계의 획기적인 변화, 특히 경제와 교역 문제에 있어서 우호적 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베트남은 올 안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목표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주요 수출품인 섬유와 수산물에 대한 쿼터와 관세 등 각종 수입제한이 수출 확대에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는 협상을 끝냈고 일본과 협상은 이달 안에 마무리된다. 남은 건 세계무역기구 가입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과 양자 협상이다.

▷ (사진설명) 사진은 (시간차례로) 미군이 완전철수한 75년4월30일 남베트남의 수도 사이공(지금의 호치민)을 떠나는 미 군용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남베트남 사람들. 99년 미-베트남 간 무역협정 체결. 2005년3월 베트남에 기항한 미 군함 개리호 승무원들과 베트남 해군기술학교 장병의 친선 배구 시합. <한겨레> 자료사진.


이를 위해 베트남은 최대 국영 건설사의 정부 보유 주식 매각 등 미국의 요구대로 ‘민영화 및 금융개혁’ 일정을 발표했다. 지난해 종교 관련 수감자들을 석방하고 폐쇄했던 교회 문을 다시 연 것도, ‘종교자유와 민주주의 확대’를 주장하는 미국을 향한 유화책으로 분석된다. 카이 총리의 방미 기간 중에는 5억달러 규모의 보잉 여객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선물’도 준비했다. 베트남 경제협상단은 이미 지난 13일 워싱턴에 도착해 양자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 통상 대표들은 “베트남이 세계 경제권에 실질적으로 편입되려면 금융 및 이통통신 등 서비스 분야를 더 개방하고 이에 맞게 관련법을 고쳐야 한다”며 추가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보트 피플’과의 화해 모색=카이 총리는 이번 방문 기간에 미국 거주 베트남 동포들과도 적극적인 ‘화해’를 모색할 전망이다. 니엔 외무장관은 “미국에 살고 있는 베트남 동포들이 조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도움을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트남계 이민 사회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현재 베트남계 미국인은 150여만명에 이르는데, 대부분 공산정권을 피해 미국에 정착한 이른바 ‘보트 피플’과 그 후손들이기 때문이다. 카이 총리는 방미 기간에 베트남 이민자들이 몰려 사는 캘리포니아 동남부 가든그로브와 웨스트민스터를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지만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곳 이민자들은 아직도 노란색 바탕에 붉은 3개 선이 그려진 옛 베트남 국기를 달고 산다. 캘리포니아의 첫 베트남계 하원 의원인 반 트란 의원은 “베트남계 미국인들은 (총리의 방미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베트남 정부에)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써야 한다. 베트남의 인권과 민주주의 확대가 실질적 진전을 보려면 (미국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경제적 영향력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총리가 캘리포니아를 방문한다면 반대 시위 등 그만한 각오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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