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베트남은 19일 카이 베트남 총리의 첫 미국 방문이 양국 관계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94년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무역제재를 해제한 뒤 베트남 거리에 내걸린 두 나라 국기. <한겨레> 자료사진.
“중국 남진 견제하자” 이해관계 접근 베트남총리 종전뒤 첫 방미 종전 30년, 수교 10년만에 판 반 카이(72) 베트남 총리가 19일 역사적인 미국 방문길에 나섰다. 2000년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대한 답방이자 종전 이후 베트남 정상의 첫 미국행이다. 카이 총리는 오는 21일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을 비롯해 6박7일 동안 워싱턴과 뉴욕에서 주요 정계, 경제계 인사들을 두루 만날 예정이다. 정상 회담에서는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양국의 정치·군사적 협력 강화 △베트남의 종교자유 및 민주주의 확대 등이 주된 의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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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베트남은 최대 국영 건설사의 정부 보유 주식 매각 등 미국의 요구대로 ‘민영화 및 금융개혁’ 일정을 발표했다. 지난해 종교 관련 수감자들을 석방하고 폐쇄했던 교회 문을 다시 연 것도, ‘종교자유와 민주주의 확대’를 주장하는 미국을 향한 유화책으로 분석된다. 카이 총리의 방미 기간 중에는 5억달러 규모의 보잉 여객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선물’도 준비했다. 베트남 경제협상단은 이미 지난 13일 워싱턴에 도착해 양자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 통상 대표들은 “베트남이 세계 경제권에 실질적으로 편입되려면 금융 및 이통통신 등 서비스 분야를 더 개방하고 이에 맞게 관련법을 고쳐야 한다”며 추가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 ‘보트 피플’과의 화해 모색=카이 총리는 이번 방문 기간에 미국 거주 베트남 동포들과도 적극적인 ‘화해’를 모색할 전망이다. 니엔 외무장관은 “미국에 살고 있는 베트남 동포들이 조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도움을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트남계 이민 사회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현재 베트남계 미국인은 150여만명에 이르는데, 대부분 공산정권을 피해 미국에 정착한 이른바 ‘보트 피플’과 그 후손들이기 때문이다. 카이 총리는 방미 기간에 베트남 이민자들이 몰려 사는 캘리포니아 동남부 가든그로브와 웨스트민스터를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지만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곳 이민자들은 아직도 노란색 바탕에 붉은 3개 선이 그려진 옛 베트남 국기를 달고 산다. 캘리포니아의 첫 베트남계 하원 의원인 반 트란 의원은 “베트남계 미국인들은 (총리의 방미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베트남 정부에)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써야 한다. 베트남의 인권과 민주주의 확대가 실질적 진전을 보려면 (미국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경제적 영향력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총리가 캘리포니아를 방문한다면 반대 시위 등 그만한 각오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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