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인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의 92살 생일인 18일, 지구촌 곳곳에선 나눔과 봉사로 그의 인권과 평화에 대한 평생의 헌신을 기렸다.
유엔은 지난해 만델라의 특별한 삶을 기리기 위해 그의 생일을 세계의 기념일로 정했고, 첫해인 올해부터 남아공을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서 불우 이웃을 위한 67분간의 사회봉사 운동이 전개된 것이다. 만델라가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 철폐운동을 벌이다 수감생활을 한 27년을 포함해 인권·평화 운동에 헌신해온 67년의 기간을 상징하는 67분간의 사회봉사활동은 남아공의 제이컵 주마 대통령과 또다른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 등의 지지를 받아 남아공과 세계 곳곳에서 참여자들이 줄을 이었다.
주마 대통령은 만델라가 태어난 이스턴 케이프주의 음베조 마을에서 기념식 뒤 인근 학교를 찾아 나무를 심고 페인트칠을 하는 봉사활동을 벌였다. 영화 <인빅터스>에서 만델라 역을 맡았던 미국 영화배우 모건 프리먼을 포함한 30여명은 자전거를 타고 요하네스버그에서 케이프타운까지 이동하면서 에이즈마을의 보안철책을 세우는 봉사활동 등을 펼쳤다. 2008년 인종폭동이 벌어졌던 프리토리아 인근 아테리지빌의 빈민촌에서는 만델라의 통합과 화해정신을 기리기 위해 인종간 친선을 다지는 축구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다르푸르 분쟁을 겪고 있는 수단에서는 ‘평화를 위한 축구대회’가 열려 우승팀에는 만델라컵이 주어졌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6.7㎞ 자선 걷기대회가 열렸다.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에서는 영화 <인빅터스> 상영과 함께 만델라의 업적을 기리는 라운드테이블이 개최됐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팔레스타인 이주민과 아프리카 난민 등 이스라엘 내부에서 핍박받는 약자들의 인권 개선을 모색하는 행사가 개최됐고, 미국 미시간주 새기노의 시민단체는 노동자와 이민자들을 위한 위로잔치를 여는 등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봉사 활동과 행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만델라 전 대통령은 이날 요하네스버그의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조용히 92회 생일을 보냈다. 이날 집 근처에는 만델라의 얼굴이라도 보려고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지만,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만델라의 만수무강을 빌며 발길을 돌렸다. 이날 오전 소웨토의 고아원에서 채소밭을 가꾸는 봉사를 한 만델라의 부인 그라사 마셸은 “신체적으로 더이상 강하지 못하지만, 그의 정신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근황을 소개했다. 그는 “오늘은 전세계의 수백만명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인간 본연의 아름다운 장점을 발견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