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회담 앞두고 발표…통행·수출 금지 등 봉쇄정책 유지
이스라엘이 5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반입금지 물품 목록을 재고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회담을 하루 앞두고서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는 “새로 적용된 원칙은 반입금지 품목을 제외한 모든 물품의 반입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네가티브 방식’으로, 미국과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요구해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입금지 품목은 무기류, 그리고 생활용품이라도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물품이다. 이에 따라 2007년6월 이스라엘의 가자 봉쇄 이후 3년째 반입이 금지됐던 상당수의 생활용품들과 시멘트·철근·아스팔트 등 일부 건축자재들이 다시 가자지구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번 조처로 가자 주민들의 생활이 실질적으로 개선될지는 의문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통행 및 수출 금지 등 기존의 봉쇄정책은 계속 유지한다. 건축자재들도 유엔 등 국제기구가 승인한 건설사업에 한해 이스라엘의 감시하에 반입을 허용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달았다. 화학비료·굴착기·양수기 등도 무기로 쓰일 수 있다는 이유로 반입이 금지된다.
이스라엘의 가자 반입금지 완화는 지난 5월 국제구호선단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격 이후 국제사회의 비난과 가자봉쇄 해제 압력이 거세진데다, 앞서 3월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담에서 ‘정착촌 문제’로 굴욕적 대우를 받은 전례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토미 비에터 백악관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발표는 가자 주민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중대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레어 유엔 중동특사는 “반입목록 확대가 발표대로 이행된다면 큰 변화”라며 “봉쇄 전면해제를 위해 중동평화협상에 새로운 진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가자 문제는 더 많은 물품이 반입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전면봉쇄에서 비롯한 것”이라며 모든 국경 통과소의 개방을 촉구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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