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에서도 협상력과 추진력을 갖춘 보기 드문 외교관이란 평가를 받은 크리스토퍼 힐(58) 이라크 대사가 33년간 외교관 생활을 접고 오는 9월부터 콜로라도주 덴버대학의 조지프 코벨 국제관계대학 학장에 부임한다. 덴버대학은 지난 1일 공식발표를 통해 “외교관으로서 겪은 엄청난 경험과 대단한 성공은 국제관계대학에서 교수활동에 적임이고 훌륭한 학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힐 대사가 학장을 맡게 된 코벨 국제관계대학은 힐 대사와 북핵과의 인연을 감안하면 그 의미가 특별하다. 대학 이름에 붙은 조지프 코벨(1909~1977)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면담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73) 전 국무장관의 부친이다. 코벨은 체코슬로바키아 외교관 출신으로 미국에 망명해 이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강의했고, 1964년 대학원과정의 국제관계대학원을 설립했다. 이 곳을 졸업한 가장 유명한 학생은 부시 행정부에서 힐 대사의 상관이었던 콘돌리자 라이스(55) 전 국무장관이고, 그의 대학원 재학 시절 멘토가 바로 코벨 교수였다.
주한 미대사를 거쳐 동아태차관보 겸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냈던 힐 대사는 북핵 6자회담의 근간인 ‘9·19공동성명’을 이끌어내는 협상수완을 발휘했다. 그의 협상가로의 이력에는 보스니아 내전을 끝낸 ‘데이턴협정’ 협상 부대표의 경력도 들어있다. 토론을 즐기는 달변의 외교관이었던 힐 대사가 상아탑 내에서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힐 대사는 메인주의 사립 명문인 보드윈 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1994년 해군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힐 대사는 학장 임명과 관련한 성명에서 “유능한 교수진과 함께 학부·대학원생들을 상대로 교육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을 필생의 기회로 생각한다”며 기쁜 마음을 표시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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