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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키르기스 끝나지 않는 유혈충돌…최소 26명 사망

등록 2010-06-11 22:18수정 2010-10-28 16:57

키르기스계-우즈베크계 남부 오시서 총격전
과도정부, 비상사태 선포
옛소련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 국가 중 하나인 키르기스스탄 남부 오시에서 11일 키르기스계와 우즈베크계 청년들이 이틀째 충돌해 최소 26명이 숨지고 450여명이 다치는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전날 밤 쇠파이프와 투석전으로 시작된 이번 충돌은 시간이 흐르면서 총격전으로 확대될 만큼 격렬했다. 키르기스 과도정부는 이 지역에 오는 20일까지 비상사태와 통행금지를 선포하고 무장 군대를 배치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한 목격자는 “1000여명의 청년들이 10일 밤 몽둥이와 돌로 무장한 채 오시 중심가로 모여들어 건물 유리창을 깨고 자동차들을 불태웠다”고 말했다. 경찰당국은 질서 복구를 위해 치안경찰대를 긴급파견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미국 뉴욕 소재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중앙아시아 담당 연구원인 안드레아 버그는 11일 <아에프페>(AFP) 통신과의 전화 통화에서 “비행기도 자동차도 대중교통수단도 끊겨 도시를 떠날 수 없다. 지금 통화 중에도 근처에서 총소리가 들린다”며 긴급한 상황을 전했다.

특히 오시 지역은 지난 4월 87명이 숨지는 유혈충돌 끝에 쫓겨나 현재 터키에 망명 중인 쿠르만베크 바키예프(61)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 지역이기도 하다. 바키예프는 2005년 아스카르 아카예프 전 독재정권을 ‘튤립혁명’으로 몰아내고 정권을 잡았으나, 억압통치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다 축출됐다. 이후 키르기스에는 야당연합이 꾸린 과도정부가 들어섰으나 끊임없는 반정부 시위와 민족 분쟁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충돌은 이런 국내정치적 이유보다 민족 분규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옛소련의 편의에 따라 국경선이 구획돼, 민족·역사·문화적 동질성이 다른 민족들이 한데 뒤섞여 살면서 민족갈등과 분쟁이 잦다. 키르기스스탄은 동서남북으로 각각 중국,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전체 인구 550만명 중 키르기스인이 65%로 가장 많지만, 우즈베크인(14%)과 러시아인(12.5%)도 만만찮은 소수민족 세력을 형성하면서 민족자치나 러시아 편입을 요구해 민족갈등이 뿌리 깊다. 또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로 불릴 만큼 빼어난 산악 풍광을 자랑하지만, 인근 국가들과 달리 천연자원이 거의 없어 농업과 목축에 의존하는 빈국이다.

러시아·중국·미국 등 주변강국은 일제히 이번 사태에 우려를 표명했다. 우즈베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참석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11일 키르기스스탄의 조속한 안정을 희망하며 지원을 약속했다. 키르기스스탄 주재 미국 대사관도 성명을 내어 “폭력사태로 인한 인명피해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미국은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 외곽의 마나스 공군기지를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핵심 병참기지로 사용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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