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 요구 수용…정치개혁위 구성 제의 잇단 부패 및 비리 사건으로 집권 3년 만에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처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의회의 국정조사 수용과 정치개혁위원회 구성을 통해 정면돌파에 나섰다. 룰라 대통령은 8일 전국 법원장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현재의 국정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의회에 정치개혁위원회 구성을 제의할 것”이라며, 45일 안에 정치개혁 현안에 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라고 행정부에 지시했다. 바스토스 법무부 장관은 “보고서는 정당정치 강화, 선거제도 개선, 선거자금 투명성 등 3가지 분야로 나눠, 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의견 청취를 통해 작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들어 비서실장 측근의 뇌물수수, 현직 장관의 대출 청탁, 우편공사 등 국영기업들의 인사·납품비리 등 잇단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룰라 대통령은 지난 6일 집권 노동자당(PT)이 야당 의원을 매수했다는 의혹이 폭로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우파 야당인 브라질노동당(PTB)의 호베르토 제페르손 총재는 이날 “노동자당이 의회 내 지지를 대가로 야당 의원들에게 매달 수천달러의 돈을 지급했으며, 여기에는 룰라 대통령의 최측근도 관련돼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뇌물 제공 대상으로 언급된 자유당(PL)과 진보당(PP)은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명예훼손을 이유로 제페르손 총재를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이에 대해 룰라는 “비리 연루자는 누구도 보호받을 수 없으며, 부패척결을 위해 필요하면 내살을 도려내겠다”며 야당의 국정조사 요고를 수용했다. 현지 언론들은 정부의 핵심인사들이 부패와 비리에 관련됐다는 의혹이 잇따르면서 룰라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내년 대통령선거의 재선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도했다. 김회승 기자, 연합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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