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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볼리비아 대통령 전격 사임서 제출

등록 2005-06-07 18:32수정 2005-06-07 18:32



‘에너지산업 국유화’ 요구시위 격화따라
서부-남동부 주민간 갈등 가속화 우려

수주간의 대규모 시위로 수도가 마비 상태에 빠진 볼리비아에서 카를로스 메사 대통령이 6일 밤(현지 시각) 전격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에너지 산업 국유화’를 놓고 빚어진 정국 혼란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메사 대통령은 이날 밤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대통령직 사임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의회가 후임자를 결정할 때까지 임무를 지속하겠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볼리비아는 지난 3일 제헌의회 소집 및 일부 지역의 자치권 문제를 동시에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메사 대통령의 정국 수습책을 야당과 시위대가 거부한 뒤 시위 양상이 더 격렬해졌다. 특히 이날 시위에는 서부 고산지대의 원주민과 농민, 노동자와 학생, 야당 인사 등 8만여명이 참가해, 메사 대통령이 신변보호를 위해 한때 대통령궁을 떠났다 되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라파스 시내 중심가는 물론, 마지막 방어선인 대통령궁을 위협할 정도로 세력이 불었으며, 라파스로 통하는 주요 도로를 모두 막고 생필품과 연료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메사 대통령이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은 조기 대선 등 잇따른 시국 수습책에도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한 마지막 선택으로 보인다. 그는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여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이라고 말했다.

메사 대통령의 사임 여부는 7일 소집될 의회에서 결정된다. 그는 지난 3월에도 ‘통치 불가능’을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혔으나 의회 표결에서 거부된 적이 있다. 법적인 대통령직 승계자는 호르만도 바카 디아스 현 국회의장이다. 시위 주도세력인 코카 재배농민 대표이자 유력한 야당 대선 후보인 에보 모랄레스 ‘사회주의로의 운동’(MAS) 총재는 “대통령의 사임 의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디아스 의장의 동시 퇴진과 올안 조기선거 일정을 제시하라고 주장했다.

메사 대통령의 사임으로 시위가 진정되고 정국이 정치적인 수습 과정을 밟을지는 불투명하다. 법적 승계자인 디아스에 대해서는 “혼란을 수습할 만한 대중적 지지도가 없다”는 게 남미 언론의 대체적인 평가다. 오히려 이번 시위의 진원지인 서부 고산지역과 자치권 확대를 요구해 온 남동부 지역간의 ‘동서 대립’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서부 고산지역 원주민들은 에너지 개발사업의 득실이 일부 생산지와 외국계 개발 업체에만 돌아간다며 에너지 국유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남동부 지역은 ‘경제력에 걸맞은 몫’을 내세워 사실상 분리독립 수준의 자치권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타크루스 등 남동부 지역은 가스와 대두 등 천연자원이 주로 나는 경제 중심지이자, 유럽계 혈통의 경제계 인사들이 발언권과 기득권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볼리비아 가톨릭 주교는 이날 현지 언론에 “나라의 분열이 우려된다”며 “화해와 중재로 대치 국면을 해소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회승 기자, 외신종합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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