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서 아프간전 70개국 회의
무장투쟁 포기땐 지도부도 포용
탈레반 “서방 구상은 시간낭비”
무장투쟁 포기땐 지도부도 포용
탈레반 “서방 구상은 시간낭비”
탈레반과의 협상을 통한 아프가니스탄 해법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아프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서방과 관련국들은 28일 영국 런던에서 70개국 장관들이 참석한 국제회의를 열어, 탈레반 온건파와의 협상과 권력분점, 경제적 지원 등을 뼈대로 하는 아프간 안정화와 출구전략에 합의했다. 탈레반 무장세력의 절대다수인 하급 조직원들을 사면하고 돈과 일자리를 제공해 아프간 사회에 재통합하고, 핵심 지도부도 무장투쟁을 포기할 경우 유엔의 테러리스트 명단에서 삭제한 뒤 정치적으로 포용하자는 것이다.
하미드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이를 위해 국제사회에 5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국제사회의 반응도 우호적인 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향후 5년간 아프간에 70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회의에 앞서 열린 공개토론에서 아프간 정부의 계획을 적극 지지했다. 영국 정부는 새 아프간 전략이 탈레반에게 현찰로 뇌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탈레반 지도부를 분열시키는 “분할하여 통치하라”는 전략에 가깝다고 설명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8일 보도했다.
미국의 리처드 홀브룩 아프팍(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사는 28일 탈레반 핵심 지도부에 대한 사면 방침에 대해 “한참 늦은 감이 있는 조처”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전장에서 사람들을 죽이던 이들에게 일자리와 정착할 땅을 제공해 아프간 사회에 재결합할 기회를 주는 것이 해로운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은 레드라인(금지선)을 갖고 있으며, 알카에다와는 어떠한 협상도 있을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탈레반의 주축세력이자 아프간 최대 부족인 파슈툰족의 지도자들이 26일 하미드 카르자이 정부에 협조하고 탈레반 무장세력에 맞서기로 결정한 것도 미국으로선 상당히 고무적이다. 아프간 남부 지역의 40만명에 이르는 파슈툰족의 한 갈래인 신와리 부족 지도자들은 각 가정에서 최소 1명의 전투연령대 남자를 탈레반 무장세력과 싸우고 있는 아프간 정부군이나 경찰에 지원하기로 약속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8일 전했다. 미군은 협조의 대가로 100만 달러의 개발기금을 부패한 지방정부가 아닌 이들 부족에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이날 다국적군에게 치안을 넘겨받는 데 “5~10년이면 충분하지만, 10~15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제회의 참가국들은 2011년 10월까지 아프간 주둔 다국적군과 경찰을 각각 17만1600명과 13만4000명으로 증강하는 계획도 승인했다.
그러나 정작 탈레반은 “(서방의 구상은) 시간 낭비”라고 일축했다. 탈레반은 이날 성명에서 “아프간 분쟁의 유일한 해법은 모든 침략세력이 즉각 아프간을 떠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슬람권의 주요국인 이란도 “서방의 아프간 전략은 무의미하다”고 깎아 내렸다.
국제사회의 새 아프간 해법에 대한 여러 비판과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일부 관리들은 탈레반과의 협상이 (서방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단체들은 탈레반과의 협상은 아프간 헌법에 물타기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극단적인 여성 억압 정책으로 악명 높은 탈레반의 복귀 가능성에 대한 여성들의 우려도 크다. 유엔여성기금(유니펨) 아프간 지부의 호마 사브리는 27일 <로이터>통신에 “탈레반 정권이 붕괴한 2001년은 아프간에서 보수파의 존립 여지가 없어진 명백한 신호”였다며 “무척 두렵고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아프간 여성단체는 성명에서 “진정한 안보를 위해선 군사적 종전을 넘어 여성의 자유와 인권이 요구된다”며, 향후 평화협상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 확대를 촉구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극단적인 여성 억압 정책으로 악명 높은 탈레반의 복귀 가능성에 대한 여성들의 우려도 크다. 유엔여성기금(유니펨) 아프간 지부의 호마 사브리는 27일 <로이터>통신에 “탈레반 정권이 붕괴한 2001년은 아프간에서 보수파의 존립 여지가 없어진 명백한 신호”였다며 “무척 두렵고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아프간 여성단체는 성명에서 “진정한 안보를 위해선 군사적 종전을 넘어 여성의 자유와 인권이 요구된다”며, 향후 평화협상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 확대를 촉구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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