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바오로 2세(1920~2005) 교황
책 출간…‘성인 추대’ 추진
2005년 선종한 요한 바오로 2세(1920~2005) 교황은 폴란드 크라코브 주교시절부터 1978년 교황이 된 이후에도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느끼고 신앙을 다지기 하기 위해 틈틈이 스스로를 채찍질해 왔다고 교황청 관계자가 밝혔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성 과정의 책임을 맡고 있는 슬라보미르 오데르 신부는 26일 출간된 <왜 그는 성인인가? : 실제의 요한 바오로2세>란 책에서 “교황의 옷장 속 옷걸이에는 채찍으로 사용하는 특별한 가죽허리띠가 걸려 있었다”며 이를 전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자기 채찍질이야말로 “그리스도인 완성의 도구”라고 말했다고 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자기 고행 사실은 지난해 11월 교황의 시중을 들었던 폴란드 출신 토비아나 소보드카 수녀의 증언으로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소보드드카 수녀는 “바로 옆방에서 교황께서 자신을 채찍질하는 소리를 들었다”며 “교황께서는 혼자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고행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을 부정하는 금욕 생활을 위해 주교시절 종종 맨 마룻바닥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이 책은 요한 바오로 2세가 자신이 불치의 병에 걸려 교황직을 수행할 수 없을 경우 평생직인 교황직을 물러날 것을 서약하는 문서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이 문서의 존재 여부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교황이 괴한의 총에 맞고 극적으로 회복된 지 8년이 지난 1989년 2월15일 이 문서에 서명했음이 이번 책으로 공식 확인됐다. 만약 교황이 사임했다면, 1294년 스스로 사임한 셀레스틴 5세 교황 이래 첫 사임한 교황이 될 뻔했다.
사후 5년의 유예기간을 거치지 않고 시작된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성 추진은 빠르게 진척돼 이르면 교황 취임 32주년이 되는 오는 10월에 이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지난달 19일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바오로 2세가 영웅적인 기독교인의 삶을 살았다는 점을 인정하는 칙령에 서명해, 기적을 인정하는 칙령에 대한 서명만을 남겨두게 됐다. 요한 바오로 2세는 기적에 대한 공인을 거치면 성인의 전단계인 복자로 시복될 수 있게 된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관련 기적은 교황에게 기도한 뒤 파킨슨병에서 회복된 한 프랑스 수녀의 사례가 포함돼 있는데, 이를 인정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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