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중적 태도 보여
최악의 지진참사를 겪고 있는 아이티에 대한 대규모 구호 및 재건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미국이 아이티 난민에 대해선 당근과 채찍의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아이티 난민이 몰려들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아직 해상을 통한 아이티 난민의 대규모 유입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에 600침상의 수용소 시설을 확보하는 한편, 아이티인들에게 약 900㎞에 달하는 위험한 미국행을 자제해줄 것을 설득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8일 보도했다.
재닛 나폴리타노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16일 현재 불법체류중인 미국내 아이티인 10만~20만명의 강제송환을 일시 중단하고, 1월12일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아이티인들에게 앞으로 18개월동안 ‘임시보호지위’(TPS)를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관리부 관리들은 미국 입국을 시도하다 붙잡힌 아이티인들은 억류했다가 나중에 강제송환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주는 현재의 수용시설이 넘칠 경우 아이티난민들을 수용할 비상계획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이런 비상계획을 마련한 것을 지난 80, 90년대 중남미의 대규모 난민 유입에 대한 ‘불편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1980년대에 10만명의 쿠바인과 2만5000명의 아이티난민들이 몰려들어 수년간 수용소에 수용한 적이 있고, 1991년 아이티 군사쿠데타 때는 1만2000명의 아이티난민을 관타나모에 수용했다. 미국이 1994년 이전까지 받아들인 아이티인은 1만명 정도였다. 하지만 1994년 쿠바와 아이티의 보트피플이 최고조로 달하면서 이 문제가 인권문제로 부각되자, 당시 미국은 해상에서 6만4000명의 아이티인과 쿠바인들을 구조했다.
이런 경험 때문이라고는 하나, 미국 정부의 이번 태도는 아이티 국민의 이민, 입양신청 등을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한 캐나다 정부의 인도적인 난민정책과 아이티 난민들에게 비옥한 땅을 분양해 주겠다고 밝힌 세네갈 정부와는 대조적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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