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인간유전자중 진화속도 가장 빨라”
인간의 성 분화 과정에서 남성을 결정짓는 와이(Y)염색체가 인간의 다른 유전 암호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과학전문 저널 <네이처> 최신호에 실려 관심을 끈다.
미국의 대표적 유전자연구기관인 캠브리지 화이트헤드 연구소의 데이비드 페이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사람과 침팬지의 Y염색체가 약 30%나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는 사람과 침팬지의 다른 유전자 차이 2%보다 월등하게 큰 차이라고 밝혔다. 태아는 아버지로부터 X염색체 또는 Y염색체를, 어머니로부터는 X염색체만을 물려받아 그 조합으로 성별이 결정된다.
페이지 교수는 “Y염색체가 인간의 염색체들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유전자 재구축의 지속적인 소용돌이로, 마치 끊임없이 재건축되는 집과 같다”고 설명했다. 생명체의 양성생식 시대를 연 성 염색체는 약 2억~3억년 전께 진화했지만, 현생 인류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생물종인 침팬지와 분화해 다른 진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불과 600만~700만년 전이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짧은 기간인 최근 600만년 사이에 유독 인간의 Y염색체에서만 급격한 진화가 진행돼 왔다는 뜻이다.
Y염색체는 다른 염색체들보다 유전자 수가 적어 학계에선 ‘유전학의 광대’ 정도로 여겨질 정도로 미미한 존재였다. 몇 해 전에는, 와이염색체가 감소하고 있어 5만년 안에 사라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연구팀은 그러나 “남성이 멸종할 것이란 가설은 재미있긴 하지만, 과학적으론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Y염색체의 변신의 비밀은, 그것이 다른 44쌍의 염색체와 달리 세포분열 때 재조합할 짝이 없어, 변화를 통제하는 디엔에이(DNA) 교환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또, 발정기의 암컷 침팬지는 많은 상대와 자주 짝짓기를 하므로, 수컷은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한 진화적 압박을 받는 것도 한 원인으로 거론됐다. 연구팀은 그러나 Y염색체의 진화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이 남성 자체의 진화가 앞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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