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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예멘 정부 앞세워 대리전 꼬여가는 미국 ‘테러전쟁’

등록 2010-01-04 20:45수정 2010-01-04 20:49

예멘정부는 공조 미온적
미국이 예멘에서 대리전 방식으로 알카에다와 대결할 태세여서 ‘테러와의 전쟁’이 또다른 고비를 맞고 있다.

존 브레넌 백악관 국토안보 보좌관은 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예멘에서 새로운 전선을 전개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알카에다가 예멘에서 세력을 계속 확대하도록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은 이날 예멘 주재 대사관을 무기한 폐쇄하는 한편, 예멘 정부에 대테러 작전 자금 지원 등 공조체제 구축에 합의했다. 주예멘 미 대사관은 2008년에도 두 차례나 알카에다 연계 세력의 테러 공격을 받았다.

앞서 2일 오바마 대통령은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미국 중부군 사령관을 예멘에 급파해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에게 지원 메시지를 전달하고 향후 대응책을 협의토록 했다. 미국 정부가 미군 파병 대신 예멘 정부를 내세워 알카에다 소탕전을 벌이는 대리전을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예멘이 사실상 또하나의 대테러 전선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하지만, 예멘에서의 대리전이 미국에게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는 3일 최근 몇년새 미국의 대예멘 군사지원이 들쭉날쭉인 반면, 알카에다는 꾸준히 세력을 강화해왔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날 아라비아 반도의 알카에다가 예멘의 취약한 정부와 극도의 빈곤, 뿌리 깊은 내분 등에 힘입어 세력을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멘 정부가 서방의 뜻대로 움직여줄지도 미지수다. 예멘 정부는 3일 외무장관·내무장관·국가안보최고책임자 등의 공동성명에서 “예멘 내 알카에다의 위협은 과장된 것”이라며 ‘미국과의 밀접한 공조’를 평가 절하했다. 국내에서의 정치적 입지와 이슬람 정서를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멘 정부의 붕괴는 미국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렇다고 국제법적 근거도 없이 예멘에서 직접 군사행동을 할 수도 없다.

예멘에서 대리전이 격화되는 것은, 10년째 계속되고 있는 미국의 이슬람 극단주의와의 전쟁 전선이 더욱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정부의 대테러 전선은 넓어지고, 입지는 더욱 좁아지는 양상이다. 아프팍(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전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와중에 예멘과 소말리아가 알카에다의 새로운 온상으로 자리잡았다. 예멘에 본부를 둔 알카에다 아라비아 지부가 지난 성탄절에 미국 여객기를 폭파할 뻔 했던 사건은, 가뜩이나 아프팍 전쟁에 힘겨운 미국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최근 몇년새 미국의 대예멘 군사지원이 들쭉날쭉인 반면, 알카에다는 꾸준히 세력을 강화해왔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예멘 군비지원 규모는 2006년 430만 달러에서 2007년 2600만 달러로 급증했으나, 2008년에는 ‘제로’였으며, 2009년에는 다시 70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올해에는 지난해의 갑절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아프간 전략’ 발표 때 “알카에다를 좌절시키고 해체하고 격퇴한다는 명확하고 집중된 목표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알카에다가 활동 중인 여러 지역 가운데 예멘이 오바마에게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지역이란 역설적 전망도 나온다. 미국 일간 <크리스턴사이언스모니터>는 3일 “예멘은 아프간과 달리 알카에다가 건재하고, 파키스탄과 달리 정부가 미국과의 동맹을 열망하며, 소말리아와 달리 정부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예멘 알카에다는 아프간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으며, 안티테러리즘 철학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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