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디네자드 “미국 제재 겁 안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22일 이란 핵 문제 타결을 위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시했던 연말 시한을 공개적으로 거부함으로써 이 문제를 둘러싸고 서방과의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날 이란 남부 시라즈에서 지지자들에게 행한 연설에서 “우리에게 부여한 그 많은 시한에 대해 개의치 않을 것이다. 제재 위협이 두렵지 않다”며 정면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1년 전보다 10배 이상 강해졌다”고 호언하면서 “상호 존중이 이뤄지는 정당한 조건에서만 이란은 대화를 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은 지난 대선 이후 반정부 시위와 지난 주말 개혁적 고위 성직자 아야톨라 호세인알리 몬타제리의 장례식 이후 반정부 시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부는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메시지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말까지 이란이 대화 제의에 응해 핵무기 개발 우려를 불식시킬 것을 제안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좀더 강력한 새로운 제재를 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지난 10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로 구성된 ‘P5+1’은 이란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저농축 우라늄의 국외 반출에 동의하면 이란에 의료용 목적으로 사용되는 저농축 우라늄을 대신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어느 날부터 서로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며 시한을 과장하지 않아야 한다”면서도, 프랑스는 이란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서방국가들이 새로운 제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은 21일(현지시각) ‘2010년 미군의 전략적 우선순위 보고서’에서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요청한다면 우리는 그걸 준비해둬야 한다”며 군사적 대응 방안도 고려의 대상이 될 것임을 내비쳤다. 그는 ‘외교적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전제를 깔았지만, 군사적 옵션 거론은 이란 핵 문제가 위기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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