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새뮤얼슨
현대 경제학의 토대를 닦아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이론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이 13일 94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은 새뮤얼슨 석좌교수가 이날 벨몬트의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일반인들에게는 경제원론 교과서의 세계최대 베스트셀러인 <경제학>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국제경제, 생산, 자본, 금융, 성장, 거시경제학 그리고 경제사상사에 이르기까지 경제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보여줘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렸다. 하버드대학 재학시절 조지프 슘페터의 수제자였던 새뮤얼슨은 그의 지도 아래 작성한 박사학위 논문 <경제분석의 기초>는 슘페터가 20대부터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경제동학 방법을 다뤘다. 새뮤얼슨은 바로 이런 수학적 방식을 경제분석에 체계적으로 도입한 실적이 인정되어 1970년 제2회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새뮤얼슨은 힉스에 이어 신고전학파의 미시적 시장균형이론과 케인스의 거시경제이론을 접목시켜 신고전파 종합이론이라는 새로운 학문체계를 완성시켰다. 신고전파 종합이론은 2차대전 이후 30여년간 경제학계에서 가장 중심적인 이론으로 자리잡았다. 신고전파 경제정책의 처방은 경제의 완전고용을 위해서는 적절한 정부 개입이 필요하지만 일단 완전고용이 달성되면 오직 수요, 공급이라는 시장메커니즘에 맡겨 경제를 자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80년대 미국의 지속적 경제침체와 맞물려 전후 30년간 강단을 지배해왔던 그의 <경제학>은 다소 주춤해졌다. 그는 최근까지도 정기적으로 경제 칼럼을 기고하는 등 활동을 계속해왔으며, 최근 세계경제위기의 원인으로 미국의 금융 규제 시스템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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